"피해자 마음 공감한다"는 오세훈 당선⋯ 박원순 성추행 사건 재조사 나설까

조선비즈
  • 심민관 기자
    입력 2021.04.08 10:20

    吳 "피해자 업무 복귀 열중할 수 있도록 챙길 것"
    박원순 측근들 성추행 사건 은폐 의혹, 吳 재조사 나설 명분 충분
    ‘공소권 없음’에 멈춘 수사… 방조 의혹 밝혀지면 ‘급반전’ 가능성도

    7일 치러진 재보궐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 고(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9개월간 비어있던 시장직을 맡게 됐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 이에 따라 오 신임 시장이 그동안 피해 사실이 축소됐거나 은폐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4ㆍ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자정쯤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세훈 시장 체제 출범… 9개월간 묻힌 박원순

    오 시장은 8일 자정쯤 발표한 서울시장 당선 소감을 통해 "이번 선거 원인이 전임시장의 성희롱이었고 그 피해자분은 우리 모두의 아들딸일 수 있다"며 "그분이 오늘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를 복귀해 열중할 수 있도록 제가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달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된 현실'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을 때도, 자신의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적극 공감하고 있고, 향후 피해자의 정상적인 복귀를 돕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오 시장이 서울시장에 취임하게 되자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서울시가 다시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난 9개월간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서울시에 남은 박원순 전 시장 측근들이 해당 사건의 진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원순 시장 사망 이후 서울시장 대행을 한 서정협 전 권한대행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이는 성추행 피해자가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시기와 겹친다. 피해자는 비서실에 4년간 근무하며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사건 초기부터 서 전 권한대행이 이번 사건에 대해 인지했거나,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박 전 시장 죽음 직후 서울시가 자체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피해자 대신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여전히 박 전 시장 측근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어 진상규명 의지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달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부인하는 취지의 책으로 알려진 '비극의 탄생'이 출간 되자마자, 이 책을 서울시청과 서울시내 공공도서관 곳곳에 비치해 논란이 일었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는 책이 서울시가 관할하는 공공도서관에 버젓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서정협 권한대행이 서울시를 이끈 9개월간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조사가 흐지부지 했던 걸로 안다"며 "시의회와 기초단체가 여당 중심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진상 조사가 시의회 감독을 받거나 기초단체들의 견제를 받지 않아 형식적인 조사에 그친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이 민주당 의원들이고, 서울시 산하 기초단체 25개 중 24곳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오 시장 당선, 멈춘 수사 살릴 ‘불씨’ 될까

    지난해 경찰 수사로도 사건의 진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죽었다는 이유로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시켰다.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이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을 은폐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경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기소 의견(혐의없음)을 달아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당시 사건의 결정적 증거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도 유족 측의 중단 요청으로 멈췄다가, 박 전 시장이 죽은 지 5개월 만인 작년 12월이 돼서야 법원이 중단 요청을 기각해 재개됐다. 그러나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만 국한해 휴대전화 포렌식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성추행 사건 수사는 흐지부지 된 채 마무리 됐다.

    그런데 만약 오 시장이 취임 후 자체 조사를 벌여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을 방조한 서울시 직원들과 그 증거를 찾는다면 검찰 측 기소를 통해 재판을 열 수 있고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범이 죽었어도 방조범에 대한 공소는 가능하고, 방조범에 대한 재판에서는 필수적으로 정범의 죄를 검토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을 방조한 혐의로 전·현직 서울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결국 기소가 되지 않아 사건이 종결됐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판단을 내릴 수 없었지만, 오 시장이 재조사를 벌여 강제추행 방조 의혹 등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다면 본 사안을 재판으로까지 올릴 수 있다"며 "오 시장의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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