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하키 남북 단일팀·조국·인국공·LH…누적된 '불공정'에 2030 돌아섰다

조선비즈
  • 손덕호 기자
    입력 2021.04.08 09:35 | 수정 2021.04.08 10:16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때부터
    '이게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냐' 비판
    '공정' 바라는 청년들, 文정권 대안으로 국민의힘 다시 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18.32% 차이로 압승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한 원인이지만, 2030세대가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을 목격하고 '분노 투표'를 한 영향이 크다.

    2018년 2월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끝난 뒤 영부인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왼쪽부터)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선거에서 청년층은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다. 민주당 주력 지지층은 '586세대'인 50대와 이들의 영향권 안에 있는 40대이지만, 20~30대 역시 보수정당에 표를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크게 달랐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20대(18~29세) 55.3%는 오 후보에게 표를 줬다. 박 후보를 찍었다는 응답은 34.1%에 불과했다. 20대 남자의 경우 72.5%가 오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보다 더 높은 지지율이다. 30대도 56.5%가 오 후보를, 38.7%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2030세대는 오세훈·박영선 두 후보 선택 뿐만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크게 낮다. 한국갤럽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5%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보다 낮다. 30대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36%이지만, 부정평가율은 57%로 높다.

    2019년 9월 19일 저녁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DB
    이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은 문재인 정부 4년간 '공정'이 무너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LH 사태와 양향자·양이원영 의원 등의 투기 의혹,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의 '내로남불' 임대료 인상 때문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 4년간 청년들은 줄기차게 '공정'에 실망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다. 20대들은 북한 대표팀이 합류하면서 한국 선수들 중 일부가 빠져야 되는 상황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흘려온 땀들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한다면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반대 여론은 50%였고, 20대는 62%가 반대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이때부터 나왔다.

    2020년 6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동조합원들이 최근 보안검색원 1902명을 공사가 정규직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조원들은 이날 “모든 직원이 반발하고 있다”며 정부를 향해 공정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조선DB
    그 다음은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법원은 1심 판결을 통해 정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위조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에 사용됐지만, 부산대는 지금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조 전 장관의 딸은 의사 국시에 합격해 의사가 됐다. 평소 조 전 장관이 공정과 정의를 강조한 데다가, 이번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이라는 요직을 지냈기 때문에 비판이 더 컸다.

    그 다음은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였다. 인국공은 지난해 7월 2413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발표 이후 공공기관 정규직 공채를 준비하던 취업 준비생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당한 절차 없이 정규직이 된다"며 비판했다. 당시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임금을 두 배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해 분노를 더 키웠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날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이 갈렸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에서 열린 마지막 거리유세에서 지지 연설에 나선 한 청년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사건을 겪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청년의 시각이 바뀌었다. 청년들은 선거운동 기간 자발적으로 오 후보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전날(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진행된 오 후보 마지막 유세에서 대학생 백모씨는 민주당을 지지하던 20대가 오 후보를 지지하는 데 대해 "정의·공정·평등·상생이라는 키워드가 딸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보내려고 하고, 위안부 할머니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성추행하고, LH를 신의 직장으로 만든 그들(민주당)과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후보는 "20~30대가 국민의힘에 이렇게 기대를 걸어줄 줄은 상상을 못했다"며 "젊은 친구들의 경고다 두렵다. 서울시장이 되면 불공정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반드시 공정한 서울시를 만들어보겠다"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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