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서울·부산 41대 0…민심은 무능·오판·내로남불에 돌아섰다

조선비즈
  • 김명지 기자
    입력 2021.04.08 08:58 | 수정 2021.04.08 16:05

    서울시장 오세훈·부산시장 박형준, 全지역서 승리

    대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압승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이후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지난 5년 동안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거뒀지만,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일면서 참패했다. 민주당은 작년 총선 때 서울 49개 지역구 득표율로 국민의힘에 10%포인트(p)이상 앞섰다. 그런데 총선 1년 만에 서울 유권자 지형은 야권이 우세한 것으로 바뀐 것이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오 후보와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이 환호(오른쪽)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등 지도부는 중앙당사에서 안타까워하고 있다/연합뉴스
    ◇ 민주당, 41대 0 전패…민심 돌아섰다

    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가 100% 완료된 가운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0%의 득표율로 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18.32%포인트 격차로 압도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62.84%)가 민주당 김영춘 후보(34.23%)를 이기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세훈 박형준 후보 모두 서울(25구)·부산(16구) 41개 자치구 모두에서 앞섰다.

    연령별로도 공중파 3사 출구조사에서 오 후보는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박영선 후보를 오차 범위 밖에서 이겼다. 40대도 오 후보 48.3%, 박 후보 49.3%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박 후보는 전 연령대에서 김영춘 후보에 앞섰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일자리와 부동산 등 경제 정책 실패와 180석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사태를 통해 드러난 반(反)공정,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 코로나 사태 장기화와 백신 수급 불안 등에 분노한 민심이 정부·여당의 실정과 오만을 심판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야당이 잘했다기보다 문재인 정권 4년의 무능과 실정, 거짓말·위선이 국민에게 들킨 결과"라고 했다. 5선(選)의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민심이 두렵다. 민심을 살펴보고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 부동산 실패와 일자리 무능

    정권 심판론이 거세게 분 가장 큰 원인으로 부동산 등 경제 정책 실패가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으나,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정규직 일자리는 200만개 가까이 줄었고, 단기 알바만 늘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했지만 25번의 대책에도 집값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7월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은 현 정부의 실정과 오만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계약갱신권을 담은 이 법이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통과되면서 작년 하반기 전국적으로 전세 대란이 벌어졌다.

    선거직전 정부가 발표한 올해 공시가격 발표도 민심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인상된 공시가격 발표로 서울에서는 올해 부담해야 할 보유세가 늘어난 가정이 많아졌다. 민주당 의원은 "검찰 개혁' 등 내부 의제에만 몰두하다가 민생을 돌보는 것을 놓쳤다"고 했다. 민주당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정권 심판론이 거세게 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 선거 전략의 오판...네거티브 공세 실패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심판하자"고 했고, 여당은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반성한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거운동 내내 정책 이나 비전을 앞세우기 보다는 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집중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는 '생태탕'과 '페라가모',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엘시티'만 남았다는 우스개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민주당이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게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곡동과 생태탕 공세는 캠프의 오판으로 보인다"며 "2007년 대선에서 박영선 의원이 이명박 후보에게 BBK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압승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압도적으로 뒤지고 있을 때는 '지지층이 결집'할 명분을 줬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서는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 반(反)공정과 ‘내로남불’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반공정' 사례가 잇달아 터지기도 했다. 선거 한달 전인 3월 2일 LH 땅 투기 사태가 최초 불거졌다. 부동산 공급을 골자로 한 2. 4대책 발표 한달 만에 LH 일부 직원들이 3기 신도시 토지를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지자체장까지 신도시와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거를 불과 열흘 가량 앞두고 발표된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이 보유한 집의 전셋값을 인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 외에도 여권 인사 여럿이 ‘꼼수’ 인상을 한 사실이 잇달아 공개됐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민주당 설훈 의원 등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입시, 취업 등에서 특혜를 주는 ‘민주화유공자특별법’을 발의하려다 청년 세대의 거센 반발을 사서 도로 거둬들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범여권 정당에서 4선을 한 김영환 전 의원이 자신과 배우자의 유공자증을 반납하는 일도 있었다.

    ◇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선거

    기본적으로 이번 선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선거였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이른바 ‘당헌’을 '당원 투표'라는 방식의 지지층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뒤집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

    그런데 박영선, 김영춘 캠프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과 연관된 인사들이 포진했다. 김영춘 캠프에서는 오 전 시장 보좌진이 직접 도와 논란이 돼 사퇴했다. 박영선 캠프에서는 남인순·진선미·고민정 등 이른바 ‘피해 호소인’ 3인방이 국민적 거센 반발 끝에 캠프 주요 직에서 사퇴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유세를 뛰었다.

    작년 총선 180석을 얻은 민주당의 태도도 문제였다. 민주당은 야당을 무시하고 18개 국회 상임위를 독식했고, '고위공직자수처(공수처)법 '대북전단금지법'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법들을 야당의 반대에도 일방 통과시켰다.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검찰의 수사권을 뺏기 위해 검찰총장을 징계하고 쫓아내는 과정에서 이른바 '추미애 윤석열' 갈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백신 확보 부진과 야권 단일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역에 대한 국민적 피로가 누적됐다. 정부가 방역과 경제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선거 전날인 6일 국내 확진자는 668명으로, 1월 8일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은 계속된 영업 제한 조치로 가게문을 닫아야 했다.

    정부는 작년 K방역의 성과에 취해 홍보에 열중하는 사이에 백신의 조기 확보에 실패했다. 미국 이스라엘 영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이 백신 접종을 해 나가는 것과 한국의 현실은 계속 비교됐다. 정부가 백신 확보 실패를 숨기려고 찔끔 접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는 사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야권 단일화에 성공했다. 제3지대에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번엔 국민의힘 편에 섰다. 3월 2일 LH사태가 터지고, 3월 4일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초 사퇴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구심점이 될만한 인물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에 실망했던 지지층들이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을 가능성을 다시 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민주당 지도부 총사퇴…원내대표·당대표 경선 앞당겨 실시키로 김보연 기자
    10년 만에 돌아온 오세훈, 국립현충원 참배로 임기 시작 김우영 기자
    [재보선] 새 서울시장 오세훈을 도운 사람들 김명지 기자
    오세훈 57.5%, 박형준 62.7% '압승'…野, 서울·부산 41개구 모두 승리 손덕호 기자
    [재보선] 오세훈 "엄중한 책임감 느껴…뜨거운 가슴으로 일하겠다" 양범수 기자
    [재보선]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승리 선언…오세훈, 안철수에 꽃다발 건네 양범수 기자
    [재보선] 박영선 결과 승복 "회초리 들어주신 시민들 마음도 모두 받겠다" 손덕호 기자
    [재보선] 이낙연 "민심 새기며 반성하고 혁신하겠다" 김보연 기자
    [재보선] 10년 만에 부활한 오세훈…역경 딛고 부활 아이콘으로 양범수 기자
    [재보선] 김태년도 패배 승복 "민심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김보연 기자
    [재보선] 박형준은 누구? MB 정무수석 지낸 '전략통' 김보연 기자
    [재보선] 박형준 "엘시티 처분하고, 남는 수익 공익에 쓰겠다"(종합) 김명지 기자
    [재보선] 서울 오세훈, 부산 박형준 당선…'문 정권 심판' 바람 강했다 김보연 기자
    [재보선] 김영춘 승복 "민심의 큰 파도 앞에서 결과에 겸허하게 승복" 손덕호 기자
    [재보선] 민주당 '참패' 결과에 무거운 침묵...10분만에 꺼진 유튜브 개표 방송 김보연 기자
    女 하키 남북 단일팀·조국·인국공·LH…누적된 '불공정'에 2030 돌아섰다 손덕호 기자
    [재보선] 땅투기·내로남불·불공정에 민심 폭발...'샤이 진보'는 없었다 김명지 기자
    '생태탕⋅페라가모'만 남은 선거…네거티브는 안 통했다 김명지 기자
    與, 일주일짜리 '비대위' 체제 전환…16일 원내대표 선거·5월 2일 전당대회 김명지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