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땅투기·내로남불·불공정에 민심 폭발...'샤이 진보'는 없었다

조선비즈
  • 김명지 기자
    입력 2021.04.07 23:08 | 수정 2021.04.08 10:50

    부동산 시장 불안에 LH 땅 투기 사태
    불공정에 2030 등 돌리고 내로남불에 50대도
    공시가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 늘어나자 민심 폭발

    더불어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 투표 직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서울·부산시장 모두 수성에 실패했고, 국민의힘과는 두 자릿수 이상의 큰 격차로 참패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참패는 예고됐다. 지난 2~3일 실시된 사전투표는 재보궐 선거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종 투표율 역시 사상최대에 휴일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권 인사들이 2030세대에 대한 비하 발언을 쏟아낸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가져왔다.

    ◇ 40대 제외한 전연령에서 박영선 '참패'

    지난 3일 사전투표율이 재보궐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은 '지지층의 결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종 투표율이 50% 이하면 조직력이 강한 민주당에 유리하고, 50%를 넘으면 국민의힘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은 MBC·SBS·KBS 등 방송3사 결과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이날 재·보궐선거 전체 투표율이 55.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58.2%를 기록했고, 부산시장 투표율도 최종 52.7%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2018년 지방선거(59.9%)에 근접한 수준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다. 40대에서 박 후보는 49.3% 오 후보는 48.3%를 각각 득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남성의 박영선 후보에 대한 득표율은 22.2%에 그쳤다. 20대 남성의 오 후보에 대한 지지는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남성(70.2%)보다 높았다.

    ◇ 집값, 불공정, 내로남불, 코로나 피로도

    이런 결과는 어느정도 예상됐다. 이번 선거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선거다. 한국토지주택공(LH) 땅투기 사태가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한 국민적 불만에 도화선을 그으면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 본인과 가족들이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작년 '임대차3법' 통과 직전 자신이 보유한 서울의 아파트의 전셋값을 5%이상 인상한 것이 드러났다.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의 월 임대료를 임대차 3법 통과 한달 전에 9% 이상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정부가 공시가격 정상화 차원에서 추진한 '공시가격' 인상 조치로 보유세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렇게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당정청은 엇박자를 냈다. 당 지도부가 나서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청와대는 "정책 기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180석의 거대 여당이 '검찰개혁'을 내걸며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법 등을 야당 반대에도 강행 처리하면서 '불통' 이미지가 커졌다. 이 과정에서 '추미애-윤석열' 갈등 사태도 국민적 반감을 샀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민적 피로도가 누적된 것도 이런 국민적 기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정부가 K방역을 자화자찬하는 사이 백신 수급 불안을 초래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 당 지도부와 친문 주류 책임론 부상할 듯

    대선을 1년 앞두고 '정권 심판론' 정서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강경 일변도의 국정 기조를 이끌어 온 당정청 지도부와 친문 주류를 향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후보를 공천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은 다음달 9일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 김태년 원내대표 후임을 뽑을 경선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당 일각에서는 당대표 대행을 맡고 있는 김 원내대표가 조기 사퇴하고, 비대위를 꾸려 패배 결과에 따른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방안으로는 참패 상황을 추스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대 의견도 크다.

    오는 9월로 예정된 대통령후보 선출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경선 연기론'도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친문과 비문 세력이 나뉘면서 당 주류 경쟁을 하게 되면 당이 내분에 이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내 소신파로 통하는 5선(選)의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임금은 배, 백성은 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며 "민심이 두렵다. 민심을 살펴보고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방송3사는 이날 출구조사를 통해 오 후보가 59.0%, 박 후보가 37.7%를 득표한 것으로 예측했다.또, 부산시장 선거에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64.0%로 33.0%를 받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31.0%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다.

    방송3사는 한국리서치와 코리아 리서치, 입소스 등에 의뢰해 서울의 50개 투표소와 부산 30개 투표소를 대상으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출구조사를 진행했다. 서울의 경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1.7%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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