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지적도 안 통하는 '철피아'?... '전관 취업' 업체에 일감 60% 몰아준 국가철도공단

조선비즈
  • 최상현 기자
    입력 2021.04.08 06:00 | 수정 2021.04.08 06:45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퇴직자를 영입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는 가운데, 국가철도공단도 이같은 ‘전관예우’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철도를 건설하고 그 시설을 관리하는 것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철도공단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특정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지적받은 바 있다. 시정 조치를 약속한 뒤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일부 업체의 일감 독점은 오히려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철도공단 대전 본사. /국가철도공단 제공
    8일 조선비즈가 올해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신축 설계 공모의 낙찰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직 공단 임직원이 퇴직하고 취업한 특정 3개 업체가 공모 10건 중 6건을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율로는 전체의 60%에 해당하고, 금액으로는 약 59억6591만원 중 40억9066만원을 차지했다.


    일러스트=정다운
    구체적으로 보면 부사장과 전무가 철도공단 출신인 A건축사 사무소는 설계 공모 2건을 따내며 총 15억1735만원의 실적을 올렸고, 전무 2명이 전관 출신인 B건축사 사무소도 총 6억3742만원 규모의 공모 2건을 낙찰받았다.

    철도공단 출신이 사장으로 있는 C건축사 사무소는 설계 공모 2건(19억3589만원)을 수주한 데 더해, 건설사업관리용역 3건(총 61억2646만원)도 낙찰 받아 총 80억원이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A건축사 사무소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수의·경쟁방식으로 철도공단과 총 271억원 규모의 용역계약 28건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B건축사 사무소도 같은 기간 철도공단과 20건의 용역계약으로 200억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고, C건축사 사무소는 총 269억원 규모의 일감 24건을 따냈다.

    국가철도공단 측은 지난해 국감에서 특정 업체에 당선작이 편중된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 한 업체가 유사 시기에 나온 여러 공모 중 하나에만 입찰할 수 있도록 하는 ‘1사 1공구’ 제도와 ‘신진건축사 제한 공모’ 제도 등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전직 직원이 취업한 회사가 일감을 많이 가져갔지만, 국가철도공단은 선정 절차가 공정했다는 입장이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철도건축 설계업체 선정방식은 정해진 절차 및 방법에 따라 설계자가 제출한 공모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해 선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철도 관련 설계 업체 풀(pool)이 좁아 외부에서 보기에 쏠림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축 역사 설계 사업은 대부분 디자인 공모 심사를 통해 당선된 업체와 수의계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디자인 공모에 참여하는 업체는 보통 2~3곳 내외로 경쟁률이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풀이 좁아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공단 측 설명의 근거다.

    그러나 설계업계 일각에서는 애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D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역사 설계와 같은 공모에 참여하려면 인건비만 최소 3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낙선하면 돈과 노력을 그냥 날리게 되는 셈인데, 당선자가 이미 내정돼 있다는 얘기가 파다한 업계라 진입하려는 건축사무소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달청에 따르면, 2017년 5월 이후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신축 역사 설계 사업은 총 53건으로 나타났다. 낙찰 실적이 있는 업체는 총 24곳으로, 이들 가운데 12곳은 낙찰 실적이 단 1회에 그쳤다. 반면 전관 업체로 지목된 A·B·C 건축사 사무소는 같은 기간 총 25건의 역사 설계 공모에 낙찰됐다.

    앞서 지난달에는 건설업체들이 LH 퇴직자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LH 용역을 대거 수주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가운데 약 55.4%에 해당하는 297건을 수주했다. 계약금액 규모로는 총 9484억원 중 6582억원(69.4%)을 차지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