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으로 암·당뇨 진단하는 시대 온다…마크로젠, 6월 시범서비스

조선비즈
  • 김윤수 기자
    입력 2021.04.07 16:34

    병원 안 가고 ‘DTC 유전자 검사’로 질병 예방
    나스닥 상장 앞둔 美 23앤드미 성공 사례
    국내는 기업의 질병 검사 규제…7조원 시장 놓쳐
    마크로젠에 처음으로 규제 면제…업계 기대↑

    마크로젠 본사 내부 전경. /마크로젠 제공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서비스업체에 침만 뱉어서 보내면 병에 걸릴 위험을 확인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8년부터 상용화한 서비스로, 국내에서도 마크로젠(038290)이 오는 6월 처음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는 기업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직접 소비자의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 예측, 건강 관리 등을 해주는 서비스다. 유전자는 각종 체내 물질을 만드는데, 이상이 생길 경우 질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도 만들어낼 수 있다. 각 질병에 대응하는 유전자 이상을 찾아냄으로써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의 종류와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NHGRI)에 따르면 유전자 분석 1회 비용은 2000년대 초 1억달러(약 1115억원) 수준이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100달러(약 11만원)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저렴한 가격의 DTC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의 투자를 받은 ‘23앤드미(23andMe)’라는 기업이 2018년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199달러(약 22만원)의 가격으로 암, 당뇨, 파킨슨병 등의 발병 위험을 알려주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전용 키트에 침을 뱉어 업체에 보내는 방식이다. 연 매출은 약 5000억원으로, 올해 2분기에 나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23앤드미의 199달러짜리 DTC 유전자 검사 키트. /23앤드미 홈페이지 캡처
    국내에서도 마크로젠,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245620)), 랩지노믹스(084650), 테라젠바이오 등 유전자 분석 기술을 가진 몇몇 업체가 DTC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의료기관이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걸 막고 있어, 업체들이 서비스할 수 있는 분야가 영양상태와 식습관 체크, 피부·모발·비만 관리와 같은 웰니스 분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미국에 이어 유럽, 캐나다, 일본, 중국 등도 질병 DTC 검사 규제를 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IS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DTC 시장 규모는 2018년 약 9000억원에서 2028년엔 약 7조원으로 매년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의 국내 업체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직 이 시장에 발도 못 붙인 상태다.

    정부는 기업들이 서비스할 수 있는 DTC 검사 항목을 심의를 통해 늘려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2019년 시작했지만 여전히 질병이 아닌 웰니스 분야를 벗어나지 못해 업계로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크로젠의 질병 예측 유전자 검사 서비스. /마크로젠 제공
    이런 상황에서 마크로젠이 처음으로 제2형 당뇨병, 간암, 대장암, 전립선암, 폐암, 위암, 고혈압, 골관절염,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심방세동, 파킨슨병, 황반변성 등 13가지 질병에 대한 검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오는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약 1년간 인천 송도에서 주민 2000명을 대상으로 개인별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을 위한 맞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범 사업은 건강검진센터를 통해서 이뤄지지만 궁극적으로는 23앤드미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수강 마크로젠 대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질병 예측 유전자 검사의 유용성을 입증해 국내 업계가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마크로젠을 시작으로 규제 완화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돼 국내 DTC 시장이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일례로 EDGC는 최근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이 확장되는 등 규제 개선에 따라 국내 시장 역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관련 분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DGC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호황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63% 늘어난 927억원을 달성했지만 오히려 영업손실을 봤다. DTC를 포함한 유전체 서비스의 연구개발(R&D)과 마케팅 투자를 늘린 것이 한 가지 원인이라고 업체는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DTC 유전자 검사 기관 인증제의 도입을 추진해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업계 기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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