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SDI, 각형 배터리 브랜드화…폭스바겐 중심 유럽 본격 공략

조선비즈
  • 박진우 기자
    입력 2021.04.08 06:00 | 수정 2021.04.08 06:45

    최대 시장 유럽에 각형 배터리 상표 4종 등록
    5세대 EV용 각형 배터리 하반기 양산
    앞선 기술력 표현·시장 선점 위해 브랜드화
    헝가리 공장에 1조원 투자…초격차 이어간다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 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각형(prismatic) 배터리의 브랜드화를 추진한다. 독일 폭스바겐이 앞으로 개발·양산하는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장착하겠다고 밝힌 데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급성장이 예고되고 있어 브랜드화를 통해 시장 선점을 노리는 것이다. 삼성SDI가 배터리 관련 상표권을 등록한 것은 7년 만이다. 이와 더불어 유럽에 1조원 이상의 배터리 투자도 예정하고 있다.

    8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달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PO)에 4종의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상표를 등록했다. 등록 상표(브랜드)는 ‘PRiMX·PRIMUS·SPRiMX·PRi-X’ 등이다. 이 상표들은 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만드는 각형 배터리 ‘프리머스(Primus)’를 의미한다. 프리머스는 슬림형 각형 배터리 여러 개를 묶은 것으로, 지난 2012년 처음 소개됐지만 당시 상표 등록은 되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SDI는 전기차용 5세대 각형 배터리에 ‘스태킹 공정’을 도입한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스태킹 공정은 배터리 소재를 일정 길이로 자른 후(notch) 이를 쌓는 방법(stacking)으로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전까지 삼성SDI는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를 둘둘 말아 각형이나 원통형 케이스에 넣는 와인딩(winding) 방식을 사용했다.

    스태킹 공정은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각형 배터리의 단점을 없앤다. 또 장시간 충·방전을 거듭하면 뒤틀림이 발생해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와인딩 방식의 배터리와 비교해 내구성이 뛰어나다. 또 적층 구조로 사각형의 배터리 케이스 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등록 상표 중 ‘PRIMUS(프리머스)’의 경우 라틴어로 ‘처음·선두’라는 뜻을 갖고 있어 스태킹 공정이 최초로 적용된 각형 배터리라는 상징성에도 부합한다.

    삼성SDI는 스태킹 공정이 도입된 5세대 각형 배터리의 양산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헝가리 공장에 스태킹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도입하기도 했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 조감도. /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각형 배터리의 브랜드화를 통해 얻으려는 효과는 시장 선점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는 유럽 고급차들이 각형 배터리를 장착한다. 또 포르쉐, 아우디, 폭스바겐 등을 보유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 역시 최근 ‘파워 데이’라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행사를 통해 차세대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장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몇 년 안에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SDI의 유럽 매출은 3조8159억원으로 중국의 2조9168억원을 앞질러 지역 단위별로 최대 시장이 됐다. 삼성SDI의 유럽 매출이 중국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삼성SDI의 에너지 및 기타 매출 비중은 전체의 80%를 넘었는데, 대부분은 배터리였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이미 상당한데다 향후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삼성SDI는 5세대 각형 배터리의 브랜드화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각형 배터리는 삼성SDI 외에도 중국 CATL과 BYD, 스웨덴 노스볼트 등이 주로 생산하고 있지만, 삼성SDI는 이 기업들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고 설명한다. 회사 관계자는 "각형 배터리라고 다 같지 않고, 오히려 중국과 스웨덴과는 안전성, 내구성 등에서 기술적인 차이가 있다"며 "중국 기업 제품으로 인해 각형 배터리가 기술 수준이 낮은 제품이라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향후 (전기차에서) 배터리 모듈, 팩이 없어지는 CTC(셀 투 카·섀시)의 개발 방향성을 고려한다면 셀 단위에서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같은) 강건한 제품이 유리하다"고 했다.

    그래픽=이민경
    폭스바겐그룹은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위해 노스볼트 등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는 새 협력사들의 기술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삼성SDI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지금 당장 양산이 가능하고, 기술력이 월등한 각형 배터리 생산 기업은 삼성SDI라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대규모 배터리 생산능력 내재화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판단이다"라며 "노스볼트 등의 양산 기술이 검증되지 않았고, 후발주자가 대규모 투자와 영업손실을 감당하면서 에너지 밀도 등 품질 경쟁력과 원가 대응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삼성SDI는 5세대 각형 배터리 양산을 위해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쯤으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헝가리 2공장 증설에도 착수했다. 여기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이 지역에는 BMW와 아우디가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SDI는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도 첫 배터리 생산 라인을 설치할 예정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