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영끌로 내집 마련했던 2030, 세금·금리·전세가 ‘삼중고’ 걱정

조선비즈
  • 유병훈 기자
    입력 2021.04.07 14:31 | 수정 2021.04.07 14:55

    지난해 여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한 36세 윤모씨. 전세 낀 집도 매수하기에 쉽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본인은 물론 남편의 신용대출까지 모두 ‘영끌(가용할 수 있는 대출을 모두 끌어다 집을 매수하는 것)’해 가까스로 내 집 마련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그랬던 그가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불안하다.

    지난 달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8억원에서 10억원으로 뛰어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분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최근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며 신용대출 이자 부담까지 커졌다. 거기에 인근에 입주 단지가 쏟아지면서 전세가격이 내리고 있어 ‘이러다 세입자가 집을 나가겠다고 하면 전세금을 어찌 내어줘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윤씨가 ‘삼중고(三重苦)’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도 늘어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 지난해 부동산 이끈 2030, "세금·금리·전세가 고민"

    지난해 부동산 급등장을 주도했던 것은 2030세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입자 중 20~30대의 비율은 상반기만 하더라도 30~36%대였으나, 8월 이후 40% 내외로 올랐고 지난 1월에는 44.70%까지 상승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갭투자를 통해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연령대별 주택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2020년 8월 서울시에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 중 ‘보증금 승계 거래 중 임대 목적 매입(일명 갭투자)’ 목적으로 한 7만1564건의 거래 중 30대가 2만1996건(30.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대는 3939건으로 5.5%를 차지했다. 20대와 30대를 더하면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갭투자자 3명 중 1명 이상이 2030세대였다.

    갭투자로도 부족한 자금은 ‘영끌’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예산처에서 지난 1월 발행한 ‘2020년 가구의 자산과 부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0대는 자산과 부채 모두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세대였다. 가구주 연령대별 평균 보유자산 증가률은 30대가 8.7%로 가장 높았다. 2위인 40대 3.7%의 두 배를 넘었다. 가구주 연령대별 평균 부채 역시 30대가 13.1%로 2위 50대 6.4%의 두 배가 넘었다. 김상미 국회예산처 경제분석관은 "부채를 활용한 주택 구입 증가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이들의 매수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세금이 늘고 금리도 오르는 데다 지렛대 역할을 한 전세금은 내릴 조짐을 보이는 것.

    먼저 금리 인상 추세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66%, 신용대출 금리는 3.61%였다. 이는 1월보다 0.03%포인트, 0.1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지난 2019년 6월(2.74%) 이후 최고치였고, 신용대출은 작년 2월(3.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영끌’에 따른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달 국토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올해 서울에서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공동주택은 41만2970가구로, 지난해 28만1033가구보다 46.9%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재산세·종부세 외에도 건강보험 등 각종 준조세 부담도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 부담에 세금 부담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부 지역은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갭투자자들의 걱정이 앞서게 됐다. 전세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향후 세입자가 퇴거할 때 상환해야 할 전세보증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다섯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0.03% 올랐다. 일부 지역구의 전셋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강남·강동구는 0.02%, 마포구는 0.01% 하락했다.

    일러스트=허인회/조선DB
    ◇ 전문가들 "실수요라 시장 충격은 없을 듯"

    일각에서는 2030세대가 손해만 보고 집을 팔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변수의 영향이 크지 않은데다, 오히려 매수세가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경우도 많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로 금융권에서 대부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고려해 대출을 시행했다"면서 "소득 범위 내에서 상환할 수 있다는 근거에 따라 대출받은 것인 만큼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2030세대의 부동산 투자는 차익 실현보다 실수요 목적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면서 "실수요 목적의 거래인 이상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것을 기대하거나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버티려는 경향이 강할 것"이라고 봤다.

    또 고 교수는 "앞으로 5~6년간은 전세 공급부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공급난을 체감하는 2030세대로서는 앞으로도 영끌·갭투자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다주택자라면 세금부담 등을 이유로 매도에 나설 수 있지만, 2030세대의 영끌 갭투자는 폭등장에서 어떻게든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발버둥의 결과물이기에 부담 증가에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발(發) 금리 인상 역시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속된 얘기지만, 미국 통화 당국로서도 집값을 하락시킬 정도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문재인 정부는 유동성 증가와 세대 수 증가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는데, 이 변수들이 당분간 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작은 만큼 2030세대가 갭투자를 중단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통계도 아직 영끌·갭투자가 유효했음을 보여준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30대의 영끌 갭투자가 많아지자 8월 "법인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주택 매물이 많이 거래됐는데 이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고 있다. 30대가 영끌해서 샀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KB리브온 월간 통계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의 안타까움과 달리 지난해 7월부터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5.7%, 액수로는 1억496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