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신남방 지역 홍보 위해 태국 유망주 물색
지난해 후원 이후 성적 저조했지만 첫 메이저 우승
2년 계약 올해 종료… 하나금융 "계약 연장 검토"

세계 랭킹 103위에 불과했던 신인 골프선수 패티 타바타나킷(21·태국)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서는 기염을 토해내자 그를 후원하는 하나금융지주(086790)도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당초 아시아·신남방 지역 마케팅 강화를 위해 타바타나킷 후원을 결정했던 하나금융은 예상치 못한 성적에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 5일 타바타나킷은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합계 18언더파 270타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8언더파는 1999년 도티 페퍼가 세운 대회 최저타 우승 기록(19언더파)과 1타 차이에 불과하며, 신인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84년 줄리 잉스터 이후 37년 만이다. 타바타나킷은 대회 나흘 내내 선두를 빼앗기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기록까지 세웠다.

패티 타바타나킷이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했다.

타바타나킷 우승으로 축포를 터트리는 곳이 있다. 바로 지난해부터 타바타나킷을 후원하고 있는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의 골프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 2006년 여자골프대회 후원을 시작했고 2008년 골프단을 만들어 선수 후원에 나섰다. 2009년부터는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창설해 꾸준히 대회를 이어오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부터 직접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을 맡고 있다.

하나금융은 아시아·신남방 지역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태국 유망주를 찾아왔다. 그때 하나금융 레이더에 '떠오르는 샛별' 타바타나킷이 포착됐다. 타바타나킷은 2016년 미국 주니어골프협회(AJGA)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고,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2018년 US여자오픈에서는 공동 5위까지 올랐다. 2019년 5월 프로 전향 후엔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3승을 거둘 정도로 준수한 기록을 내고 있었다.

하나금융 기대와 달리 타바타나킷은 후원 첫해부터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타바타나킷은 지난해 14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컷 통과는 절반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톱10' 진입은 단 한 번에 그쳤다. 이에 따른 세계 랭킹 역시 이번 대회 직전까지 103위에 머물러 유망주로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올해는 게인브릿지 LPGA에서 공동 5위, LPGA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공동 14위에 올랐지만 KIA클래식에서 컷 탈락하는 등 기복을 보였다.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비용을 대는 후원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타바타나킷이 ANA 인스퍼레이션 마지막 라운드에서 세 번째 티샷을 날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타바타나킷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323야드(약 295m)였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타바타나킷의 잠재력을 믿었고, 결국 타바타나킷은 '루키 챔피언'이라는 큰 선물을 하나금융에 안겨줬다. 세계 랭킹 역시 이번 대회 우승으로 무려 90계단 상승한 13위로 올라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타바타나킷이 굉장히 출중한 실력으로 우승을 거둔 만큼 간접 브랜드 노출 효과를 확실히 봤다"며 "태국 선수들은 보통 자국 기업의 후원을 받는데, 타바타나킷과 같은 훌륭한 선수가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았다는 것 역시 큰 인상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타바타나킷의 계약 기간은 총 2년으로,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이미 계약 연장을 고려 중이다.

하나금융은 "골프는 실력뿐만 아니라 언어와 쇼맨십 등 상품성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는데, 타바타나킷은 그런 면에서 이미 준비된 글로벌 스타"라며 "이대로라면 계약 역시 무난하게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