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바이든의 '반도체 대책 회의'...삼성·GM 이어 인텔도 초청

조선비즈
  • 이용성 기자
    입력 2021.04.06 15:44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재하는 글로벌 ‘반도체 대책 회의’에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이 초청되면서 예상보다 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팻 갤싱어 인텔 CEO. /로이터 연합뉴스
    6일 로이터 통신은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오는 12일 백악관 대책회의에 참석이 거의 확정적(virtually attend)이라고 보도했다. 이제까지는 삼성전자,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파우드리 등 10여개 업체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인텔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할 예정이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안보 및 경제 분야 보좌진들이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반도체 글로벌파운드리, 제너럴모터스(GM) 등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이달 12일 백악관으로 초청할 계획이라고 지난 1일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대책 회의는 표면적으로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대란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미국 행정부가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에 제안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2조2500억 달러(약 2542조5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중 500억달러(약 56조4500억원)를 반도체 분야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각국이 기술 자립화 노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국가적 차원의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 1월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킴으로써 반도체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연방정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대규모 지원을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앞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4년까지 투자비의 40% 수준을 세액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와 R&D에 228억 달러(약 25조71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에 주력하기보다 동맹국과 연대해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반도체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반도체 공급망을 활용하는 것이 신규 반도체 공장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 의회 공식 자문기구이자 인공지능(AI) 분야 싱크탱크인 국가인공지능안보위원회(NSCAI)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선진 첨단 기술을 소유한 대만과 한국 기업이 미국에 많은 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이들 국가와 무역 및 투자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심화됐다. 자동차 수요 감소로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고,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줄이는 대신 스마트폰·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제 회복과 함께 신차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최근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일부 공장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에 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마크 리우 회장은 최근 대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공급망 변화로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주문을 크게 늘린 것이 반도체 품귀 현상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을 우려한 기업들의 사재기가 품귀현상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미국 행정부와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인텔 CEO의 참석으로 이번 대책 회의가 삼성전자 등 동맹국의 주요 기업들에 추가 투자를 압박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인텔은 지난달 20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새로운 팹을 건설해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갤싱어 CEO는 "인텔은 새로운 공장을 지원하기 위한 인센티브에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부와 애리조나 주와 협력하고 있다"며 "인텔이 미국 정부의 보안 요구를 충족시킬 국내 상업용 파운드리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와 계약을 맺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문제가 이어지니 단기적으로 반도체 공급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하는 듯 보이지만 속내는 자국 내에 파운드리 공장 투자에 속도를 내달라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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