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난에 현대차·기아도 감산 불가피… 직격탄 맞는 부품사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21.04.06 06:00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BMW,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상장기업 A사는 2분기에 들어서면서 고민이 커졌다.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이들 완성차 업체가 줄줄이 감산(減産)에 나섰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A사가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부품량도 줄었는데, 반도체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이 추세가 이어지면 2분기부터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경영 담당 이사는 "납품 비중이 가장 큰 현대차(005380)와 기아의 생산이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그동안에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현대차와 기아도 5~6월부터는 반도체 부족 여파로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여파로 지난 2월 생산을 중단한 GM 캔자스주 공장./GM 제공
    반도체 부족 사태는 올해 1월부터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이 중국 공장 가동을 줄인 것을 시작으로 북미에서 포드, 스텔란티스, 혼다,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이 1월부터 생산량을 줄였고, GM은 2월부터 글로벌 생산을 줄이고 있다. IHS마킷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차량 생산이 67만2000대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에서만 25만 대의 차량 생산이 줄고, 북미에서도 10만대 이상의 차량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도요타·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공장이 멈춰서면서 국내 부품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2만~3만개의 부품을 조립해 만들어야 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핵심(반도체) 부품 하나만 없어도 모든 공정이 올스톱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면 당장 부품사들은 주문이 줄어든다.

    또 다른 부품사 관계자는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부품사의 상당수는 납품 수량을 늘려 수익을 내고 있는데, 부품 수요처인 완성차 업체들이 주문을 줄이면서 이전처럼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지금까지 잘 버티던 현대차그룹마저 감산에 돌입하면 현대차·기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부품사 중 현대차·기아 외 다른 글로벌 업체로 매출 비중을 다변화한 부품사는 만도(204320)한온시스템(018880)등 일부에 불과하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 공장 모습./조선일보 DB
    완성차 업체와 달리 부품 업체들은 실적 방어 기제가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감소와 소비 심리 개선에 따른 판매 증가에 근거해 자동차값을 인상할 수 있지만, 부품 업체들은 이미 계약을 체결한 고정 납품 가격에 따라 부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주문 감소에 따른 피해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품 업체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차 전환 추세에 발맞춰 주력 제품을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전장 부품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환에 성공한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된 이후 차량 생산이 크게 반등할 때 열리는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반도체 부족은 기존 업체들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관련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부품 업체에도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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