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락가락 재건축 안전진단, 정말 문제 없나요

조선비즈
  • 고성민 기자
    입력 2021.04.02 10:00

    "목동5단지는 안전진단 통과하겠죠. 6단지는 안전진단 최종 통과했는데, 9단지와 11단지는 탈락했죠? 그럼 다음 차례인 5단지는 통과하겠죠. 안전진단이 언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졌습니까? 정부가 이번에도 애매하게 결정하겠죠."

    서울 양천구 목동11단지의 안전진단 탈락 소식에 강남권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무(無)논리로 들리지만, 비슷한 시기 준공된 목동신시가지에서 일부(9·11단지)는 안전진단에 탈락하고 일부(6단지)는 통과하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지라, 이같은 정치적 해석이 반대로 힘을 얻는다. 당정이 목동 재건축으로 시장의 불씨를 지피긴 싫지만, 선거를 앞둬 표심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퐁당퐁당’ 통과해주리라는 설(說)이다.

    시장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의 신뢰도는 2018년 3월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이후 심해졌다. 정부는 당시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인한 사회적 자원 낭비를 방지하고,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은 구분소유자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화된 기준은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은평구 불광미성이 탈락하고 마포구 성산시영이 통과했고,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이 탈락하고 광진구 광장극동이 통과했다. 평가항목은 진단자의 주관에 따라 꽤 달라질 수 있는데, 불과 몇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며 신뢰성이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올림픽선수촌은 안전진단에 재도전해 통과에 성공했고, ‘적정성 검토’를 다시 앞두고 있는 불광미성은 정밀안전진단 점수가 탈락 때(54.8점)보다 낮아(51.7점)져 통과(55점 이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불신을 키운다. 결과가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달라진 사례여서다.

    예측 불가능한 안전진단 결과는 여러 손해를 낳는다. 올림픽선수촌은 2019년 2억4000만원, 2020년 약 2억6000만원의 비용을 중복으로 썼다. 모두 소유주들이 모금한 돈인데, 같은 안전진단을 두 차례 하며 중복으로 돈이 지출됐다.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단지들의 불확실성을 높여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사회적 손실도 발생한다. 애초 안전진단 통과가 운에 달려 있는 건 제대로 된 경제 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

    재건축을 위해 안전진단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지도 의문이다. 꼭 무너질 위험이 있어야만 재건축을 허용해야 하나. 매일 주차 전쟁, 녹물 전쟁을 겪는 소유주들이 뜻을 모아 재건축을 하겠다는데 ‘무너질 위험이 없으니 안 된다’고 정부가 막아야만 하나. 이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통제 등 시세차익을 환수할 규제를 겹겹이 가지고 있으면서 말이다.

    실제 일본에선 재건축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전적으로 조합이다. 재건축을 위해 ‘노후, 손상, 일부의 멸실 그 외의 사유’ 등이 필요하다는 기존 기준은 무려 20여년 전인 2002년 사라졌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불량주택이어야만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법은 없다.

    안전진단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정해질 바에야 차라리 없애는 게 낫겠다. 안전진단 제도를 이어가겠다면 최소한 신뢰도 회복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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