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2월 25일, 잔금 6월 18일"
2월 25일은 우상호와 단일화 경선투표 전날
"MB정권에서 가족들이 고통받은 증거"
매매가격은 안보이게 흰색으로 가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0일 두번째 서울시장 후보 TV 토론에서 논란이 된 도쿄 아파트 매매 계약서를 공개했다. 박 후보가 이 아파트의 매매 계약서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는 일본어로 작성된 계약서에 아파트 주소, 전용면적(68.73㎡)와 계약일자(2월 25일), 잔금지급일(6월 18일) 등은 붉은색 한국어로 재명시했다. 다만 이 아파트를 매도한 가격, 즉 집값은 보이지 않도록 흰색으로 가렸다. 중개업소와 매수인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없도록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이른바 '도쿄 아파트' 매매계약서를 공개했다. 오른쪽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박 후보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시작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후반부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 후보의 '내곡동 처가땅 개발' 의혹 제기를 흑색선전으로 규정하고 그에 반박으로 박 후보의 '도쿄 아파트'를 언급하자 "도쿄 아파트는 이명박 정권 시절 가족이 고통받고 사찰받았던 증거"라며 이 아파트에 대한 매매 계약서를 공개했다.

박 후보는 매매계약서를 들어 보이며 "2월 25일에 서류 매매가 됐고, 6월 18일에 잔금이 입금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땅 사건을 덮기 위해 뭔가 하나 끄집어 내서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오세훈 후보는 이런 사찰 같은 것은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박 후보가 도쿄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한 지난 25일은 박 후보가 우상호 의원과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경선을 하던 때다. 박 후보는 아파트 매매 계약 체결 다음날 민주당 최종 후보로 당선됐고, 이후 열린우리당 김진애 후보 등과 여권 단일화를 했다. 박 후보는 지난 1월 26일 출마선언을 했다. 계약서 내용대로라면 박 후보는 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 후보 단일화 직전까지 도쿄아파트를 매도하지 않고 있었단 뜻이 된다.

매매계약서에 나온 내용은 박 후보측이 도쿄아파트에 대해 그동안 설명한 내용과도 시점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도쿄아파트 등기 논란이 일었던 지난 22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2월 둘째주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아파트에 대한 '부동산 매입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잔금을 다 받는 3월말에 소유권 변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공개한 이른바 '도쿄 아파트' 매매계약서

박 후보가 준비된 매매계약서를 공개한 것은 이날 토론에서 오 후보가 '도쿄 영선'이라는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오 후보는 토론 과정에서 박 후보가 '내곡동 처가 땅 개발' 의혹에 이어 '코이카 봉사활동 청년 자리 빼앗기' 의혹을 제기하자 박 후보를 향해 "자격 미달의 거짓말"이라며 "시중에서 '도쿄 영선' '부동산 투기' '서울대병원 황후 진료' '주택리모델링 3억원 대납' '재벌기업 후원금' 의혹도 제기됐는데 저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음에 또 토론을 할 텐데 그때는 상호 정책 토론이 됐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박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상당 부분을 오 후보의 '내곡동 땅 문제''에 집중했다. 기조연설에서 "내곡동 땅 문제, 이것은 오 후보의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태도가 문제"라며 "자고나면 거짓말인데, 거짓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했고, 주도권 토론에서는 "오 후보가 현직 시장으로서 그린벨트 풀리는 것을 몰랐다는 건 거짓말이다. 이 그린벨트를 풀 때 시장으로서 내 땅이 거기 있다 밝혔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또 "당시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제안서를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며 "거짓말하는 후보를 시장으로 뽑았을 때 우리는 미래 세대에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나"라고문했다.

이에 오 후보는 "(임대주택지구로 지정된 것은) 이미 제가 시장이 되기 전 노무현 정부 때 정해진 것"이라며 "(서울시가 공문을 보낸 것은) 형식적으로 절차를 밟은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날 TV토론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외에도 민생당 이수봉 후보까지 참여해 '3자 토론'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