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속되는 증권사의 먹통 MTS·HTS

조선비즈
  • 이다비 기자
    입력 2021.03.30 14:17

    지난 19일 미래에셋증권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 공모주 7주를 받은 한 개인투자자 A(33)씨는 아침부터 발을 동동 굴렀다. 전날 ‘따상’에 성공한 SK바사를 차익실현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해 매도를 시도하던 중에 MTS가 멈춰버린 것이다.

    A씨는 "급히 MTS 애플리케이션(앱)을 강제종료하고 재접속했지만 로그인이 안 됐다"라면서 "그때부터 내가 원하는 가격에 SK바사를 팔 수 없다고 생각해 초조함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결국 18만5000원쯤 주식을 팔려고 했던 A씨는 16만원 후반대에 겨우 매도에 성공했다. 그는 "돈을 다루는 증권사라면 보안과 접속 안정성은 기본이 아니냐"라며 "이러한 일을 겪으니 증권사에 내 계좌를 맡겨도 되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MTS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먹통으로 구설에 오른 미래에셋증권은 "접속 고객이 급증해 일부 오류가 생겼다"며 "서둘러 피해 보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증하려면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고객 센터 전화 기록이나 로그인 오류 화면을 이미지로 남기고, 비상주문을 시도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 이 탓에 투자자들은 실제 피해를 보고도 보상을 못 받는 것 아니냐며 원성을 쏟아냈다.

    이런 전산 오류는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 투자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처음에는 유례없이 일어난 일이라 일종의 ‘해프닝’처럼 인식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HTS·MTS 먹통을 비롯해 유가 해외선물옵션 오류, 테슬라 주식 자동 매도 사고 등 여러 전산 장애가 연이어 발생했다.

    한 번은 해프닝이라도 두 번째부터는 잘못이다. 증권사들은 작년 한 해 온갖 전산 장애를 겪으면서 인프라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1년이 지난 지금도 시스템 오류는 여전하다. 작년부터 증권사들은 "오류를 재빨리 복구하고 앞으로 이런 전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는 대책을 밝혀왔지만, 말뿐이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 전산 오류를 겪은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여러 대어급 공모주 상장 이후 거래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건 ‘주린이’도 알았을 것"이라며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아 장사하는 증권사들은 거래량 폭증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증권사들의 전산 오류 문제가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그는 "근본적인 전산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증권사 고위직도 많을뿐더러 아직도 전산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는 분위기"라며 "문제가 생기면 당장 일시적인 서버 증설로 막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57개사의 지난해 기준 전산관리비는 580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19년보다 8.09% 늘었지만, 지난해 리테일 수수료 수익을 기반으로 축포를 쏜 증권사들 실적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작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13조5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전체 순이익은 약 20% 늘었다.

    이쯤이면 ‘잊을만하면’이 아닌 ‘잊을 새도 없이’ 증권사 전산 오류가 잦은 셈이다. HTS·MTS를 비롯한 증권사의 리테일 서비스는 고객을 위한 봉사활동이 아닌 수수료를 받는 유료 서비스다. 증권사에서 1초라도 전산 오류가 생기면 고객들은 적게는 수천원, 많게는 수억원까지 손해를 입는다. 지난해부터 전산 오류에 호되게 당한 증권사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지금이라도 전산과 관련해 근본적인 인프라 투자를 단행해 앞으로 투자자들이 전산 오류에 떨며 가슴 졸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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