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짜증만 남은 광화문광장 공사, 책임질 사람이 없다

조선비즈
  • 진상훈 기동팀장
    입력 2021.03.29 10:23 | 수정 2021.03.29 13:34

    서울 신촌 연세대 정문 앞을 지나 금화터널과 사직터널을 통과해 광화문으로 진입하는 길은 서울 서부권과 경기 서북지역 등에 사는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심 출퇴근 코스다. 평일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연세대 삼거리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보통 15~2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이달 들어 이 길을 이용해 출근시간 광화문으로 진입하는데 30분이 더 걸리는 날이 많다. 좁은 골목길로 우회해 가더라도 바쁜 출근길에 몇 분이라도 시간을 줄여보려는 차량들이 몰리면서 역시 정체를 빚곤 한다. 광화문 진입 도로가 주차장처럼 꽉 막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광화문을 통해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이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것은 지난 6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광장 서쪽 도로가 폐쇄된 이후부터다. 서울시는 도심으로 들어오는 광장 서쪽 5개 차로를 없애는 대신 동쪽 차로를 왕복 7개 차로로 바꿨다. 양방향 10개 차로가 7개 차로로 줄어든 데다, 좁은 광화문 삼거리 교차로에서 좌회전과 우회전, 유턴 차량들이 맞물리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는 뻔히 예상되었던 일이기도 했다.

    도심 교통이 마비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서울시는 수차례 사전 시뮬레이션을 거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기어이 공사를 강행했다. 삽을 뜬 지 3주가 지났지만, 서울시의 호언장담과 달리 광화문광장 일대 교통 정체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구상한 아이디어다. 박 전 시장 시절부터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졸속 행정에 불과하다며 반대 의견이 빗발쳤던 사업이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뜬 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별다른 의견수렴 과정 없이 공사를 밀어붙였다. 선출직 공무원도 아닌 서 권한대행이 무슨 권리로 공시비용만 8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강행하느냐는 지적이 봇물을 이뤘음에도 서울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교통 정체를 일으키고 광장 주변 곳곳을 파헤쳐놔 시민들의 짜증만 키운 이 사업이 애초 목표대로 오는 10월까지 완공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최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과정에서 파헤친 땅 밑에선 조선시대 수로를 비롯한 갖가지 유적과 도자기, 기와, 식기 등 유물이 쏟아지고 있다. 잊혀진 유물이 발견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보통 공사현장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발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화문광장 완공 시점도 한없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도 현재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 공사를 그냥 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시장 권한대행의 무리한 공사 강행 배경이 석연찮다며 여러 차례 이 사업에 반대 의견을 보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시장에 당선되면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필요한 부분은 손을 대겠다고 했다.

    다음달 새 서울시장이 선출된 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새로운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결정에 따라 사업의 전면 수정이나 공사 중단 등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자칫 심각한 도심 교통 체증과 보행자 불편 등만 초래한 채 표류해 서울시정사의 대표적인 ‘흑역사’가 될 지도 모른다.

    이같은 상황이 돼도 책임질 사람은 없다. 서 권한대행을 비롯해 공사를 밀어붙인 서울시 관계자들은 박 전 시장의 뜻이었다며 발을 빼면 된다.

    시장의 권한은 대행해도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을 대행하는 사람은 없는 서울시에서 불편과 짜증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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