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업체 헬릭스미스가 소액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국내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2위(시총 4조원)였던 헬릭스미스는 온갖 악재로 현재 시총이 82위(7795억원 규모)까지 떨어졌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들은 주주모임 카페를 개설해 경영진 전원 해임, 임상·금융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주주명부를 확보한 소액주주들은 위임장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일부 주주들로부터 서면질의를 받아 이에 대한 답변을 보내고, 매월 뉴스레터를 보내는 등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26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소액주주 비대위라는 이름으로, 일부 사람들이 당사에 대해 엄청난 양의 과장 및 허위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임상에 대해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헬릭스미스와 소액주주가 갈등을 벌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헬릭스미스는 ‘신약개발’이라는 주력 연구개발 활동에서 벗어나 고위험 사모펀드에 2500억원가량을 투자해 일부 손실을 입었다. 연간 매출액이 약 45억원인 헬릭스미스가 임상 연구에 투입해야 할 자금을 엉뚱한 곳에 투자했다는 사실에 주주들은 분노했다. 지난해 11월 시행한 유상증자에는 최대주주인 김선영 대표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9년엔 미국에서 진행하던 회사 핵심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 대규모 임상 3상이 데이터 오류로 중단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소액주주들은 헬릭스미스의 ▲자회사 설립 및 지분 참여 배임 ▲법인카드 무제한 사용 주장 ▲회사가 임상에 대해 거짓정보 제공 등을 근거로 들며,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중 ‘임상 정보 거짓 정보 제공’ 주장에 대해 헬릭스미스 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미국의 엔젠시스 임상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임상 시작 단계에서는 임상연구기관들이 프로토콜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환자 탈락율이 다소 높고 등록 속도가 느리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 며칠 동안 주주들에게 모든 사안을 사실대로 밝히겠다"며 "비대위 일부 구성원의 발언과 행동이 회사의 발전과 가치 상승에 해를 끼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헬릭스미스 설립자인 김선영 대표이사와 김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었던 유승신 대표이사가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두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대신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 임상 및 연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만 김선영 대표는 엔젠시스 연구 총괄로 물러나기로 했지만, 사내이사는 유지하기로 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어떤 추가 의견을 밝힐지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달 헬릭스미스의 최고운영책임자(사장)로 새롭게 합류한 김신영 사장도 이번 주 돌연 사임했다.

헬릭스미스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승신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사임과 함께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안, 사내이사 선임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31일 열리는 주총에서 주주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상세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