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전 최고난도 관문 통과 文대통령 “사실상 개발 완료…이제 발사만 남았다”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우주강국 꿈 실현해달라”

오는 10월 누리호의 발사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예상해 표현한 것.

국산 기술로 우주 로켓을 만드는 ‘누리호 프로젝트’가 2010년 3월 시작한 지 11년 만에 사실상 성공을 거뒀다. 누리호는 25일 마지막 성능 시험을 통과해 오는 10월 발사만을 앞두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오후 3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의 최종 종합연소시험을 수행해 1단 엔진의 성능과 내구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해 누리호의 최종 종합연소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우주센터를 방문해 시험을 참관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 발사와 똑같은 과정을 거치는 마지막 시험이기 때문에 사실상 개발 완료를 의미한다. 이제 본 발사만 남았다"며 "2013년 (발사한) ‘나로호’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발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리호 개발진에게 "우주강국의 꿈을 실현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누리호에는 국산 기술로 만든 엔진 6기가 들어간다. 로켓을 이루는 1~3단부 중 가장 아랫부분이자 가장 큰 추진력이 필요한 1단에는 75t(톤)급 추진력을 내는 엔진 4기가 탑재된다. 이 4기를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적용해 300t급 엔진 1기처럼 작동시킨다. 300t급 대형 엔진 1기를 만드는 것보다 75t급 중형 엔진 4기를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 더 쉽기 때문이다.

누리호 1단 엔진의 종합연소시험이 이뤄지는 모습.

다만 4기의 엔진에 동시에 연료가 공급되고 점화돼 화염을 내뿜어야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1기라도 연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발사에 실패할 수 있다. 로켓을 실제로 쏘아 올리진 않지만 실제 발사 상황과 같은 조건에서 1단 엔진에 불을 붙여 성능을 확인하는 시험이 이번 종합연소시험이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지난달 "(이 시험에) 성공하게 되면 발사 전에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도 "이 시험이 기술적으로 남은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었다"라고 말했다. 누리호는 그동안 기술적 문제로 여러 차례 발사 일정이 연기돼 왔지만 이번 시험에 통과함으로써 추가 지연 없이 오는 10월 발사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의 재원과 구조.

항우연은 지난 1월 28일과 2월 25일 각각 30초, 100초간 1단 엔진에서 안정적으로 연소가 이뤄지는지 확인한 데 이어, 이날 127초간의 최종 연소시험에 도전했다. 127초는 엔진 속 연료가 모두 타들어 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이 시간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엔진이 실제 발사 시에도 제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판단한다.

항우연은 이날 오후 2시 50분 엔진 점화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인 ‘종합연소시험 자동운영 절차(PLO)’를 준비했다. 10분 후인 오후 3시,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1단 엔진 4기에 불이 붙었고 127초간의 연소시험이 무사이 끝났다. 이로써 누리호는 발사대 인증시험 등을 거쳐 오는 10월 발사를 앞두게 됐다.

누리호는 아리랑 위성 같은 1.5t 무게의 인공위성을 우리 힘으로 쏘아 올리기 위해 개발됐다. 내년부터 가벼운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우선 활용된다. 2026년까지 수십㎏ 무게의 초소형위성·소형위성 7기와 약 500㎏ 무게의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실어 발사한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는 지난 22일 발사된 차세대 중형위성 1호의 후속 모델이다. 인공위성을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도입, 민간 기업이 개발을 주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