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 정통사극이 길잡이해야

조선비즈
  • 이경탁 기자
    입력 2021.03.25 15:39



    SBS가 ‘제2의 킹덤’을 목표로 최근 방영한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이 뜨겁다. 단순한 역사 왜곡을 넘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일부 세트와 음식, 의상 등이 중국식으로 표현되며 중국의 동북공정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것으로 귀속시키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위인인 세종대왕(충녕대군)이 기생집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장면에서 중국식 술병과 중국 음식인 월병, 피단, 중국식 만두까지 등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시청자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최근 한복과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역사공부 길잡이가 되어야 할 지상파 방송사의 사극이 중국의 한국역사 찬탈 시도에 도움을 준 것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 제작 지원이나 협찬에 참여했던 삼성전자, KT 등 주요 기업들마저 잇따라 광고를 취소하자 SBS는 결국 "문제가 되는 장면은 모두 삭제해 VOD 및 재방송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면서 공식 사과했다.
    .
    조선구마사는 퓨전 사극이다. 퓨전 사극이란 허구(fiction)와 현대적 감각을 중심으로 시대상이나 그 시대의 여러 가지 요소를 차용한 작품이다. 로맨스를 중심으로 현대적 감각을 극대화하며 여성과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시청률 보증 수표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구마사의 경우는 도를 지나쳤다. 차라리 킹덤처럼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판타지 장르로 갔다면 비판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퓨전 사극은 시청자들에게 역사에 흥미와 관심을 갖게 만드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최근 시청자들은 각종 퓨전 사극 등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자 정통 사극에 대한 갈증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공영방송사인 KBS가 1981년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대조영’, ‘불멸의 이순신’, ‘대왕세종’, ‘정도전’, ‘징비록’ 등 수 많은 명품 사극을 만들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국민의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당시 시대정신까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KBS는 제작비 문제와 캐스팅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 2016년 ‘장영실’을 끝으로 1981년부터 이어진 정통 사극 제작을 멈췄다. 정통 사극이 실종된 이후 퓨전 사극의 역사 왜곡 강도가 더욱 판치기 시작했다. 정통 사극이 실종되면서 고증의 중요성이 사라지고 결국 조선구마사와 같은 작품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다행히 KBS가 올해부터 다시 정통 사극 제작을 시작한다고 한다. KBS뿐 아니라 국내 여러 방송사가 정통 사극에 도전하길 기대해본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