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시대와 국민이 제게 주신 소임 다해 나갈 것"
원희룡 "安, 선거 이후 야권 혁신에 큰 역할 할 것"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패배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권 교체'를 들고 나섰다. 안 대표가 단일화 패배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사실상 주도하고 성사시켰다는 정치적 자산을 획득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깨끗한 승복으로 단일화 이후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는 점은 향후 대권 행보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한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단일화 승복 안철수, "정권교체 이루고 한국 정치 바꾸고 싶다"

안 대표는 2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찾아 "이번에 지면 내년 정권교체는 물론 이 땅의 정의와 공정, 상식과 공동체의 가치가 돌이킬 수 없는 시련을 맞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과 함께 정권 교체를 이루고 한국 정치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안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는 "새롭게 옷깃을 여미겠다. 신발 끈도 고쳐 매겠다"며 "시대와 국민이 제게 주신 소임을 다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안 대표는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결과가 앞으로 정치 일정이나 행보, 야권 대통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거기에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가 직접 대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선거에 나온 이유 자체가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며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범야권 대통합 그리고 대선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안 대표는 '만약 시장에 당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역할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어떤 역할을 하든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모든 역할을 다할 생각"이라면서도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지금 그런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 보선 승리 후 대선?…"야권 혁신 과정에서 큰 역할 할 것"

하지만 단일화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 안 대표가 오 후보와 함께 보선을 승리로 이끈 뒤 정권 교체를 내세우며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대표가 오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으며 야권의 재보궐선거를 돕는 데다 두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합당과 서울시 연정을 이야기한만큼 선거 이후의 연대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안 대표의 향후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오세훈 안철수 두 분 그리고 서울시민 모두가 승자"라며 "안 후보야 말로 진정한 승자이고, 안 후보로 인해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이후 야권 혁신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도 1970년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패배했지만 당시 김대중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도왔고 훗날 대통령에 먼저 당선된 정치사를 들며 "안철수는 국민들에게 새 희망의 촛불을 켜드린 진정한 승리자"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야권은 누가 누굴 제압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보완재 역할을 갖고 있어서 원팀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권교체라는 일관성 있는 명분을 갖고 노력하다 보면 안 대표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야권은 윤석열·안철수·김동연·금태섭 등 새로운 인물들이 경쟁하는 뉴라운드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가 선제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의 판을 깔아 단일화를 이끌어 왔다는 점도 안 대표의 향후 행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19일 '야권 단일화'를 이야기하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오세훈·나경원 등 국민의힘 후보들 보다도 빨리 말 선거에 뛰어든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도 전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창하며 일대일 구도를 향도해온 안 대표의 공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 대표가 단일화 패배로 입은 타격이 작은 것은 아니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상황에서 대선을 염두하던 안 대표가 대선을 포기하며 서울시장에 나섰지만 패배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대권은) 어렵고 야권 재편 등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우선은 재보궐선거에서 이겨야 지분을 주장하든 대권을 주장하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 후보 캠프에 합류한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