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이어 롯데도 바이오 진출
삼성바이오, 창사 9년 만에 매출 1조 돌파
SK 바이오 계열사, 공모주 열풍 일으켜
LG화학, 매년 2000억 투자해 신약개발 속도
삼성, LG, SK에 이어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신(新)성장동력 사업으로 ‘바이오’를 꼽으면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과 바이오 벤처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바이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바이오 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 지분을 인수, 조인트벤처(JV)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엔지켐생명과학과 별도 조인트벤처(JV)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액은 최소 1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가 맡는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시기는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 전후에 결정한다. 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도 지분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1999년 7월 설립된 신약 개발사다. 이 회사는 녹용에 들어 있는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신약 후보물질 EC-18을 개발 중이다.
롯데그룹의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인수가 현실화하면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SK그룹의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팜·SK바이오텍, LG그룹의 LG화학 등과 같이 롯데그룹은 차세대 신사업인 바이오산업에 진출하게 된다.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 진출 방식은 CMO 사업으로 시작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행보를 따를 가능성도 크다.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주목한 것은 삼성, SK 등 재계그룹의 투자 성공 사례 영향이 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삼성, SK가 일찍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면서 신약 개발, CMO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실적을 내고 있다"면서 "이런 경쟁 그룹사들의 행보에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K·LG그룹 등은 그동안 신수종사업으로 바이오사업에 투자했고,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5대 신수종사업 중 가장 공들이는 사업군으로 바이오를 꼽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바이오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1년 첫 바이오 사업 진출을 시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탄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로 성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9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 CMO 시장점유율 28%를 기록하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18일과 지난해 7월 각각 상장한 SK그룹의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은 공모주 열풍을 일으켰다. SK그룹이 잇단 바이오 계열사 상장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롯데그룹 바이오 진출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 두 곳의 시가총액은 약 19조2300억원에 달한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등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따내면서 바이오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계열사인 SK바이오텍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의약품 C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도 바이오 사업 육성을 위해 올해 2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당뇨·대사, 항암·면역 등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미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인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했다. 양사 합병은 LG그룹 차원의 바이오 사업 육성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최근 LG화학은 전체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40여개로 확대했다. 합병전 10여개에 불과했던 파이프라인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LG화학은 바이오 벤처 아이씨엠(ICM)에서 퇴행성관절염 관련 유전자가 삽입된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벡터 후보물질을 이전받는 등 국내 바이오벤처와의 협력도 강화하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재계의 바이오 사업 진출은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 성장에 ‘화수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투자금을 받을 수 있고, 대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이른 단계에서 바이오 벤처로부터 혁신 신약 후보군을 기술이전해 신약개발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며 "바이오벤처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