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스쿨 재학생이 의대생을 부러워하는 이유

조선비즈
  • 강현수 기자
    입력 2021.03.22 10:32 | 수정 2021.03.23 08:52

    "이럴 줄 알았으면 의대에 갈 걸 그랬어요."

    지난주 취재 중 만난 한 로스쿨 재학생 A씨의 말이다. 그는 최근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닥친 일련의 사건들을 짚어가며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올해는 유독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평탄하지 않은 한 해가 되고 있다. 재학생들은 지난 1월 5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제10회 변호사 시험에서부터 논란이 됐다. 법무부는 시험 시작 전 갑작스럽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응시를 금지한다는 공고를 냈다. 학생들이 가처분을 제기해 헌법재판소가 인용하면서 모든 응시자들이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시험 직후 연세대 로스쿨 강의자료와 유사한 문제가 공법 시험에 출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법전 밑줄긋기 관련 혼선도 일었다. 시험장 별로 법전에 밑줄을 그어도 되는지 여부가 달라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역대 가장 엉망으로 관리된 시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재학생들은 합격 여부를 알기도 전에 또 다른 장벽에 부딪혔다. 대한변협에서 변호사 연수 인원을 기존 약 800명에서 200명 규모로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변호사 연수는 변호사법상 ‘의무 규정’으로, 연수를 듣지 못하면 개업할 수 없다. 졸업하자마자 대형로펌에 들어간 합격생들은 걱정할게 없지만, 바로 취업하지 못한 합격생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대한변협은 "법무부의 예산 감축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재학생들에겐 선배들의 ‘밥그릇 지키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의과대학 정원확대와 공공의대 신설로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의대생들의 처지가 그나마 로스쿨 재학생보다는 낫다. 의대생들은 지난해 12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국가시험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에 정부는 시행령까지 급하게 바꿔가며 의대생들에게 국시 재시험을 허용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뒤에서야 말을 바꾼 법무부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의사 선배들도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 폭증,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했다. 그렇다고 이미 의대에 입학한 후배들의 국시 합격률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의대생들의 국시 합격률은 95%가 넘는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지난해 기준 53.32%에 불과하다. 대한변협의 주장대로 연간 합격자 수가 1200명대로 떨어질 경우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법조인의 꿈을 안고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죄가 없다. 사법시험 폐지 이후 갑작스럽게 도입된 로스쿨 제도를 책임지고 재정비해야 하는 건 결국 정부다. 과도기에 서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은 커녕 보다 큰 혼란을 주는 일부 법조인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로스쿨 제도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망가진 건지 모르겠다" "법무부, 대한변협, 현직 선배들 그 누구도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다"는 로스쿨 재학생들의 불만을 새겨들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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