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기술 기업 거품 우려보다 중요한 것

조선비즈
  • 윌리엄 H. 제인웨이(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 파트너)
    입력 2021.03.26 06:10

    [이코노미조선]
    해외 칼럼

    ☞배경설명
    전 세계적으로 녹색 성장 바람이 거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바이든은 공약에서 청정에너지와 저탄소 녹색 인프라에 2조달러(약 228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취임 직후 연방정부의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당장 미국 연방우정국(USPS)은 10년간 16만5000대의 차량을 전동화 차량이나 연비 효율이 높은 차량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미국 전력 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는 수천 대의 스쿨버스를 전동화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정부와 맺었다. 한국 정부도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필자는 녹색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가 과거 닷컴 버블처럼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관해 설명한다.

    윌리엄 H. 제인웨이(William H. Janeway).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 현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 파트너, ‘혁신 경제 안에서 자본주의의 행보(Doing Capitalism in the Innovation Economy)’ 저자
    2020년 3월과 2021년 1월 사이 미국 친환경 전기차 업체 ① 테슬라의 주가가 600% 이상 오르면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녹색 혁명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매우 적은 수익을 내는 녹색 스타트업들이 테슬라 현상의 ‘떡고물’을 받았다. 기업가와 민간 투자자들이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일에 나서자 일부 비평가들은 녹색 혁명이 임박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같은 현상을 목격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녹색 기술 버블(거품)의 징후를 거론한다. 사실 녹색 기술 붐은 기반이 취약하다. 1990년대 후반 ② 닷컴 버블을 초래한 디지털 붐처럼 녹색 기술 붐은 갑자기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외부적 요소, 즉 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저금리인 현 상황에서,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는 부풀려진다. 향후 금리가 오르면 쉽게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정책 금리를 물가 상승률 이하로 낮게 책정했다. 그 결과 안전자산에 대한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대형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모두를 위험 자산으로 유도했다. 최근 ‘전통적이지 않은’ 투자자들은 미래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에 투자하는 것이길 바라면서 원래 대로라면 팔리지 않을 주식을 사 모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경제가 최대 고용 달성 및 물가 상승률 평균 2%를 이룩하기 전까지는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빠른 코로나19 백신 접종 진행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미 자본 시장 정상화는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질문은 과거의 모든 버블이 결과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녹색 버블도 깨질 것인지 아닌지 여부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녹색 혁명이 단단한 지지대를 마련하기 전에 버블이 깨질 것인지 아닌지 여부다. 녹색 열풍 때문에 움직인 자본이 그냥 그대로 낭비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을 향한 혁명에 필요한 인프라로 흡수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에너지 공급과 소비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녹색 혁명은 오로지 정부만 제공할 수 있는 공적 투자와 새로운 규칙(세금과 규제)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위험이 큰 프로그램에 엄청난 지출을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정책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기초적인 연구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이런 연구는 민간 부문이 하기에는 성과가 불확실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성숙하게 하려면 정부가 ‘첫 번째 고객’이 돼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투기자(speculators)’가 새로운 기술 잠재력을 눈치채고 자본을 더 넓게 전개하는 진화론적 시도를 하는 상황이다. 중요한 사실은 ‘생산적인 버블’은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 대한 시장의 굳은 믿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패턴은 과거 산업 혁명 상황에서도 관찰된다. 1815년 워털루 전쟁 이후 100년 동안, 영국 군대의 무기에 대한 요구는 생산성 향상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이는 대량 생산과 노동 분화를 이끌어 첫 번째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의 버밍엄 지역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 세대가 지난 후, 영국 의회는 철도 개발자에게 영토와 제한된 책임을 부여해 1840년대 본격적인 철도 시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운하와 철도 네트워크에 정부가 보증을 서주고 지원금을 댔다. 그리고 영국과 미국에서 투기자는 정부가 이끄는 대로 따라다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약에서 청정에너지와 저탄소 녹색 인프라에 2조달러(약 228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 블룸버그
    ◇정부의 확고한 의지 보여줘야

    오늘날 기후 변화는 그 규모와 범위 측면에서 과거보다 더 많은 미션을 정부에 부여한다. 그러나 미국은 수년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7년 파리 기후 협약 탈퇴로 자멸의 정점을 찍은, 공화당 정치인의 현실 부정 탓에 마비됐다. 그리고 미국의 부재 속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의 녹색 기술 연구와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 생산의 지배적 위치를 공고히 하면서 ③ 녹색 혁명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한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망설이는 동안 미국 대중은 현실을 받아들였다. 퓨(Pew)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적지 않은 공화당 지지자와 놀라울 정도로 많은 민주당 지지자는 미국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해 더 많이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녹색 혁명을 포함한 경제 정책 청사진인 ‘새로운 재건(Build back better)’ 플랜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층이 존재함을 뜻한다.

    바이든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변환을 위한 국가적인 무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또한, 간헐적 에너지원을 수용하기 위한 그리드(계통) 관리 강화, 전기차 충전소 같은 저탄소 모빌리티를 위한 교통 인프라의 재구축 등을 포함한다.

    백신 접종 문제에서 국가적 리더십이 만드는 중요한 차이를 목격하면서, 미국인이 2022년 중간선거에서 바이든의 민주당을 입법부 다수당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것이 마지막으로 일어난 것은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④ 뉴딜 정책을 유권자가 진심으로 지지했던 때였다. 만약 녹색 뉴딜 정책이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 선례를 잇는다면, 그것이 거품이든, 아니든 녹색 기술 붐은 새로운 세상 뒤에 역사로 남을 것이다.

    ◇Tip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종가 기준 2020년 3월 31일(이하 현지시각) 103.8달러에서 2021년 1월 29일 793.53달러로 664.5% 상승했다. 2021년 3월 9일 종가는 673.58달러였다.

    21세기를 앞두고 세계 경제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인터넷이었다. 미국에서 제일 큰 인터넷 사업사였던 AOL의 주가는 1000억달러(약 114조원)를 돌파했다. 당시 AOL과 세계적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와의 합병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동시에 수많은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이나 기존 IT 기업의 주가가 폭등했다. 그러나 AOL은 곧이어 바로 주저앉았다. 비싼 요금과 질 낮은 인터넷 서비스에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효과는 흐지부지됐다. 동시에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벤처기업이 파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중국이 본격적으로 태양광 굴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 전체회의 개막일인 3월 5일 공개한 ‘제14차(2021~2025년)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요강(초안)’을 통해 2025년까지 비(非)화석 에너지 사용 비중을 현재의 15%에서 2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뉴딜 정책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에 대처하기 위해 시행한 경제 부흥 정책이다. 종래 제한 없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수정해 정부가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은행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확대했고, 관리 통화제를 도입했으며, 농업 생산 제한제를 실시해 대공황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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