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으로 인한 글로벌 차업계의 연쇄 타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은 자동차를 넘어 IT기기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는 마진이 낮고 핵심인 MCU(전장시스템 제어칩)를 취급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 앞으로 수급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볼보는 17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중국 일부지역과 미국 공장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거나 조종할 것"이라며 "2분기에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급난을 크게 겪는 것으로 알려진 GM은 이번주부터 이달 말까지 모든 쉐보레 카마로 모델 생산을 일시중단한다. 본사 정책에 따라 한국GM도 부평2공장의 감산을 4월까지 이어간다.

혼다 역시 이날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지난 겨울 북미 지역을 강타한 한파 피해 등을 이유로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모든 공장에 대해 감산 및 가동중단을 결정했다. 도요타는 북미 포함 4개 지역 공장에서 생산을 줄이기로 결정해, 인기모델인 렉서스와 캠리 등이 감산의 영향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상반기는 물론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은 전날 삼성전자(005930)주주총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매일 아침 부품 공급 문제와 관련해 임직원들이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가 조금 문제"라며 "반도체 부족현상을 완벽하게 풀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은 개당 2달러 내외로, 차량 1대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총 단가는 차량 가격 대비 2~3%에 불과하다. 반도체 업체들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또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의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기차 수요 급증도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자동차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반도체인 MCU를 취급하는 제조사들이 많지 않아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기도 어렵다. MCU는 전세계 공급의 70%를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가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TSMC는 생산량을 줄였는데 백신 개발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자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반도체 기술개발에 직접 나서 차량용 반도체 자립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내년까지 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반도체 기술개발(R&D)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체가 앞장서서 진출하기 어려운 차량용 반도체 제조시장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부족한 MCU는 제조가 까다로워서 정부 투자를 받은 기존 반도체 업체들이 바로 준비를 시작해도 5년은 소요될 것"이라며 "1분기 생산량이 벌써 100만대 가량 지연되고 있는데 대체 수급로를 찾아야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타격을 받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