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첫발을 뗀 상암동 롯데몰 사업의 명칭을 두고 상암동 주민들과 중동·수색동·남가좌동 등 인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상암동 인근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상암’을 빼고 ‘DMC(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명칭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상암동 주민들은 ‘상암이라는 지명을 제외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쇼핑몰 사업 이름을 두고 주민들간 갈등이 일어난 것은 결국 집값 문제 때문이다. 대형 쇼핑몰에 이름이 붙으면 그만큼 광고·홍보 효과가 나와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 새 집값이 급등하면서 생긴 부작용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집값 추이에 예민해진 이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해프닝이라는 얘기다.
14일 마포구에 따르면 마포구를 지역구로 둔 김기덕 서울시의회 부의장이 상암동에 세워질 롯데몰 건설 진척 상황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 간 논쟁이 벌어졌다. 롯데 관계자가 롯데몰 명칭은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으로 붙이겠다고 밝혔는데, ‘상암’이라는 명칭을 붙이자는 의견이 나오며 갈등이 생긴 것이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사업이 통과 직후, 상암동 인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상암을 빼고 ‘DMC 쇼핑몰’이라고 적은 롯데몰 축하 플래카드를 준비하다가 상암동 주민들의 반발에 이후 ‘상암’을 추가한 바 있다.
중동·수색동·남가좌동 주민 중 일부는 ‘DMC 롯데몰’로 명칭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DMC라는 브랜드가 이제는 상암동 업무지구뿐 아니라 일대 모두에서 사용하며 서북권역 중 한 지역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만큼 지구 발전 차원에서도 더 타당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중동·수색동·남가좌동에는 ‘DMC’를 딴 아파트 단지나 상가건물이 많다. 중동의 한 주민은 "DMC는 행정구역상 상암동이지만 접근성은 상암동 주거지구보다 우리 동네가 더 낫다"고 말했다.
반면 상암동 주민들은 ‘의도적 상암 지우기’라고 주장한다. 상암동은 박 전 시장 재임 기간 롯데몰 뿐 아니라 랜드마크 빌딩·월드컵대교 등 주요 개발계획이 지연되며 소외감을 느껴왔는데, 롯데몰을 통해 존재감이 다시 부각될 기회를 인근 주민들이 고의로 훼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암DMC 복합쇼핑몰 개발 사업’은 지난 2013년 서울시가 1971억7400만원에 롯데 측에 상암동 부지를 매각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후 ‘인근 전통시장과 상생 합의를 추진하라’며 롯데 측에 오랜 기간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 2017년에는 롯데가 주변 17곳 전통시장과의 상생 방안을 내놓았으나, 그중 단 1곳이 반대했다는 이유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보류 처리했다.
결국 지난 2019년 감사원에서 ‘조속히 결정하라’는 감사 결과가 나왔고, 지난 1월 드디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롯데몰과 관련된 구체적 계획을 담은 ‘상암 DMC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수정가결 했다. 이 과정에서 쇼핑몰 내 판매시설 비중은 당초 80%대에서 30%대까지 낮아졌고, 롯데마트나 슈퍼 등은 입점 계획에서 아예 제외됐다.
양측의 감정싸움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명칭을 정할 권한을 가진 롯데 측은 "아무것도 검토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상암 롯데몰을 추진하는 롯데쇼핑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검토 중인 공식 안(案)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기에 집값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랜드마크에서 지역명이 가지는 브랜드 효과 때문에 주민들간의 갈등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색동의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결국 집값 문제 아니겠느냐"면서 "상암동 입장에서는 ‘상암’이 붙어야 집값 상승을 기대할 것이고, 나머지 지역은 ‘DMC’가 붙어야 브랜드 제고 효과를 함께 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역시 "양측 모두 후광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규모 쇼핑몰 등 랜드마크에 지명을 어떻게 넣냐에 따라 브랜드 강화나 이미지 제고를 통해 집값에도 어느 정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는 집이 거주공간을 넘어 지위재·위치재의 역할을 하게 된 현실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