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SK하이닉스도 돈다발 들고 찾는 ASML…반도체 미세공정 필수 EUV 뭐길래

조선비즈
  • 박진우 기자
    입력 2021.03.04 06:00 | 수정 2021.03.04 07:46

    SK하이닉스, 4.7조 들여 EUV 장비 확보
    3.5조 투입된 이천 M16 공장보다 1조 비싸
    대당 1500억 EUV, M16에 17~18개 들어갈 듯
    EUV 유일생산 ASML, D램 확대에 화색

    SK하이닉스 M16 팹(공장) 전경.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에 5년간 4조7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EUV 미세공정을 활용한 차세대 D램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EUV 장비는 전 세계에서 ASML만 생산하고, 공급한다. 이 때문에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2위 대만 TSMC와 삼성전자도 ASML에 먼저 EUV 장비를 달라고 할 정도다. 연간 30대만 만들어지는 탓에 장비 확보가 늦어지면 경쟁에서 멀어질 우려가 커, 역(逆)수주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준공한 세계 최대급 반도체 공장 M16의 총공사비보다 많은 돈을 EUV에 투입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돈다발을 들고 찾지 않으면 장비 확보조차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ASML은 올해도 새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점쳐진다.

    4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4조7550억원을 들여 네덜란드 ASML이 독점생산해 공급하고 있는 EUV 장비를 들여오기로 했다. 대금은 장비가 들어올 때마다 지불한다.

    앞서 지난달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 본사에 축구장 8개 크기의 반도체 공장인 M16을 준공했다. 차세대 D램이 주로 생산될 이 공장은 건물 면적만 5만7000㎡에 달하는 세계 최대급 반도체 시설이다. SK하이닉스는 총 3조5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2018년 11월 공장 착공에 들어간지 25개월만에 해당 공장을 완성했다. 투자 금액으로만 보면 공장보다 공장에 들어갈 EUV 장비의 가격이 더 높은 셈이다.

    보통 EUV 장비 가격은 1500억~1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장비 운반과 설치 등 서비스 비용까지 더하면 SK하이닉스는 M16에 17~18대의 EUV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EUV로 10나노급(㎚·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4세대 1a D램 일부를 생산한 뒤, 본격적으로 5세대 1b D램을 만들 예정이다. D램 생산 전용으로 EUV 공정을 사용하는 건 SK하이닉스가 업계 처음이다.

    EUV는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Wafer)에 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 공정에 쓰인다. 기존 불화아르곤(ArF)에 빛의 파장 길이가 14분의 1 미만으로 짧아 회로를 더 세밀하게 그려낼 수 있다. 웨이퍼 안에 회로를 조밀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은 같은 면적의 웨이퍼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 낸다는 얘기와 같다. 생산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미세공정으로 만들어진 반도체의 성능은 그렇지 않은 반도체보다 높고, 전력도 덜 소모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클린룸 시설. /ASML 홈페이지
    EUV는 현재 네덜란드 ASML사가 독점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이 장비로, 7나노 이하 미세공정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쓰고 있다.

    두 회사는 5나노 반도체 수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EUV 장비를 경쟁적으로 확보해 왔다. 한 회사만 만들 수 있어 장비 확보가 늦으면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뒤쳐질 우려가 있던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EUV 장비 확보를 위해 직접 네덜란드로 날아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외에도 10나노급 3세대 1z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1에 장착하는 LPDDR5가 이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메모리다.

    ASML은 EUV 장비 확보에 적극적이던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미국 제재를 받으며 새로운 고객사가 필요했던 시점이다. 이 상황에 SK하이닉스의 등장은 그렇지 않아도 질주 중이던 ASML 실적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에 EUV를 쓰는데, 통상적으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는 웨이퍼 출하량이 시스템 메모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ASML로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에 EUV를 사용하면 향후 시장 확대까지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비스 비용이나 부품 공급도 늘어나게 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의 장비 공급 계약은 ASML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D램 디바이스에서 삼성전자 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고객사라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라며 "한국과 대만은 EUV 매출이 발생하는 주요 지역으로 중국 SMIC가 미중 갈등 영향으로 EUV 장비 구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전화위복의 느낌을 주고 있다"고 했다.
    ASML EUV 장비가 아시아 지역 고객사로 납품되는 과정을 다룬 영상. /ASML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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