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로 기우는 전기차 시장… 일부 스타트업은 '거품' 논란도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21.03.04 06:00

    테슬라가 시위를 당긴 전기차 전환 바람에 현대차(005380)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일부 업체의 경우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매출이 없는 회사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몸값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 글로벌 자금이 쏠리고 있는데, 앞으로 강도 높은 옥석(玉石) 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가 아닌 르노 조에였다. 지난해 유럽에서 총 75만7941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는데, 조에는 10만657대로 시장점유율 1위(1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모델3는 8만6599대 팔렸고, 폭스바겐 ID.3(5만3138대)가 뒤를 이었다.

    현대차가 지난달 출시한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현대차 제공
    여기에 최근 현대차가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출시하면서 시장은 기존 완성차 업체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아이오닉 5는 국내 출시 첫날 이뤄진 사전 계약에서 연간 판매 목표에 근접하는가 하면, 유럽에서는 출시 나흘 동안 문의 건수가 24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아스 크리스토프 호프만 현대차 유럽 마케팅 담당은 "초고속 충전, 장거리 주행, 맞춤형 실내 공간을 갖춘 아이오닉 5는 전기차 산업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달 27일 ‘현대차가 테슬라의 차기 주요경쟁사가 될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차를 만들어본 적 없는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환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며 "특히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출시한 현대차가 테슬라 미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전환은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GM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포드도 2030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오직 전기차만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29년까지 전기차 75종을 출시해 전기차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계획이고, 볼보 역시 2030년 완전한 전기차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틸부르프에 있는 테슬라 생산 공장 모습./테슬라 제공
    100년 넘게 자동차 산업을 이끈 완성차 업체들이 오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면 이제 막 기술 개발을 시작한 전기차 스타트업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국내 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도 결국 그 근본은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수십년에서 백여년 넘게 기술력과 안전성을 쌓아온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 역시 최근 "글로벌 차 업체들이 (전기차 경쟁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는 곧 시장 지배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면 그동안 글로벌 자금이 쏠렸던 전기차 스타트업의 생존 게임이 본격화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계량분석 전략 대표는 최근 "주식시장 전체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분야는 과열 상태"라고 진단했다.

    미국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수소트럭 모습. 하지만 기술력과 생산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니콜라 제공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8000억달러(약 900조원)를 넘어 GM과 포드의 시총을 합친 금액보다 훨씬 많다. 아직 전기차 양산을 시작하지 않은 루시드모터스는 기업 가치가 240억달러로 평가받으며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처칠캐피털IV(CCIV)은 최근 루시드모터스와 합병을 논의한다는 보도 때문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한차례 파산 위기에 처한 경험이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 바이톤은 여전히 사업 계획이 불투명하지만 스팩을 통한 상장 계획을 밝힌 상태다.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기존 완성차 업체로 이동할 경우 전기차 스타트업 시장의 버블은 크게 꺼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수소트럭을 생산하겠다며 우회상장을 통해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니콜라가 GM과 협력 계획도 발표했지만,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보도된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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