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에서 수소뽑아 車 충전… 현대로템의 미래 먹거리 '수소 추출기'

조선비즈
  • 권오은 기자
    입력 2021.03.03 10:00

    현대차와 2023년까지 수소 추출기 독자 브랜드화
    차량 충전용 ‘디스펜서’ 다음달 시제품…내년 양산

    정의선 현대자동차(005380)그룹 회장이 수소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보폭을 넓히는 가운데, 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064350)역시 ‘수소 인프라 설비’ 능력을 키우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계획을 1년씩 당기며 2023년까지 수소 생산 장비를 독자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저장과 공급 설비 능력까지 갖춰 현대로템의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경기 의왕시 현대로템의 H2설비조립센터 안 양쪽에 수소 추출기가 놓여있다. /현대로템 제공
    지난 2일 방문한 경기 의왕시 현대로템의 ‘H2(수소)설비조립센터’에는 길이 13미터, 폭 3미터 크기의 수소 추출기 3대가 놓여있었다. 지난해 충북 충주시와 강원 삼척시에서 수주한 것으로, 현대로템은 막바지 작업을 마치고 올해 상반기 안에 제품을 인도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수소 추출기 공장이 완공된 이후 첫 출하 제품이다. 현대로템은 지난달에도 인천 수소 버스충전소용 수소 추출기를 2대 수주했다.

    수소 추출기는 천연가스나 바이오가스 등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설비다. 가스를 압축한 뒤 최대 1000도의 고온으로 가열, 수소를 추출한다. 이후 불순물을 제거하면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순도 99.995%의 수소가 나온다. 추출 과정을 마치고 나온 잔여 가스는 다시 가열하는데 쓰인다.

    서성원 현대로템 수소사업팀 책임 매니저는 "가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다시 촉매제를 활용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바꾼다"며 "배출된 불순물도 다시 활용하는 만큼 친환경적인 설비"라고 설명했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해내는 현대로템의 수소추출기. /현대로템 제공
    ◇ 수소 추출기, ‘국산화·대형화’로 경쟁력 확보

    현대로템의 수소 추출기는 경제성이 가장 큰 강점이다. 현대로템의 수소 추출기 효율은 70%대다. 100의 도시가스 열량을 수소로 전환했을 때 70이상의 열량이 나온다는 의미다. 에너지 효율 70~80%대면 고효율로 평가받는다.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전기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내는 ‘수전해’ 기법보다 효율이 최대 2배 가량 높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천연가스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 20억원 정도의 수소 추출기만 가스 공급관과 연결하면 생산시설로 바꿀 수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다른 곳에서 수소를 공급받는 오프사이트(Off-site) 방식보다 유통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현대로템은 국산화를 통해 비용 경쟁력도 키울 계획이다. 현재 현대로템의 수소 추출기 부품 80%는 국산 제품이다. 현대로템은 가열기와 반응기, 설비를 제어하는 전력선 통신(PLC) 등도 상반기 안에 개발을 마무리해 촉매제를 제외한 모든 제품을 국산화할 계획이다. 국산화율 100%가 되면 외국산 제품보다 15%가량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화도 추진한다. 현대로템의 수소 추출기는 하루에 640kg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SUV 수소전기차 ‘넥쏘’를 기준으로 할 때 116대의 연료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현대로템은 현재 이런 소형 수소 추출기를 연간 20대 생산할 수 있는데, 내년 하반기까지 하루 수소 생산량 2000kg급의 수소 추출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에는 2024년을 목표로 했으나 1년 앞당겼다.

    주영진 현대로템 수소사업팀장은 "현대차와 함께 수소 추출기 국산화와 대형화를 2023년까지 마무리해 독자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며 "표준 제품을 만들어 품질을 높이고 사후 관리까지 체계화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현대로템 당진 수소출하센터 조감도. /현대로템 제공
    ◇ 수소 생산부터 저장·공급까지… 플랜트 사업 영광 재현할까

    현대로템은 수소 저장·충전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 충전장치인 ‘디스펜서’는 최종 디자인만 확정되면 다음달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디스펜서는 주유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유기와 같은 형태로 수소차에 수소 연료를 넣는 역할을 한다. 실증 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수소 추출기 공장에서 양산, 판매할 계획이다.

    이밖에 생산된 수소를 10기압(bar)에서 최대 200bar로 밀도를 높이는 압축기도 선보인다. 액화 수소와 액상 수소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연구·개발을 통해 현대로템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충전까지 인프라 설비 능력을 모두 갖추겠다는 것이다. 현대로템의 올해 수소 부문 목표 매출액은 600억원으로, 2025년까지 매출 3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수소 인프라 설비 부문에서 속도를 내는 것은 주력이었던 플랜트 사업의 부진과도 맞물려 있다. 현대로템의 플랜트 부문은 그룹사인 현대차와 기아차(000270)의 해외 공장 자동차 생산설비와 현대제철(004020)1·2·3기 고로(용광로) 사업 등을 도맡으며 효자 노릇을 했다. 플랜트 부문에서만 2012년 1392억원, 2013년까지 102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그룹사 물량이 줄고 해외 저가 수주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골칫거리가 됐다. ▲2014년 -296억원 ▲2015년 -510억 ▲2016년 -420억 ▲2017년 -480억 ▲2018년 -1640억 ▲2019년 -391억원 등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플랜트 사업의 부진으로 2018년과 2019년에 2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연결기준)을 냈다. 지난해 플랜트 부문은 1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으나, 현대로템 안팎에선 장기적으로 수소 인프라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달 충남 당진시에 문을 여는 수소공급 출하센터가 첫 걸음이 될 전망이다. 출하센터를 통해 하루 최대 4000kg의 수소가 유통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한 부생가스를 현대로템의 수소 추출기와 압축기를 거쳐 1대당 250kg을 저장할 수 있는 튜브 트레일러를 활용해 수소가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구조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소 인프라 산업 관련 주요 장비와 기술을 국산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수소 인프라 산업 진출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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