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시작으로 네오이뮨텍·이노엔 등 제약·바이오 기업의 상장 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4일부터 이틀간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 후 9~10일 청약을 거쳐 3월 중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 전문 기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상장한 SK바이오팜 못지않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열풍을 이끈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기관 1076곳이 참여해 835.6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예정금액은 최대 약 1조4918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 GC녹십자와 함께 백신 강자로 꼽힌다. 회사는 세계 최초 4가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 셀플루 4가’,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 조스터’, 수두백신 ‘스카이 바리셀라’ 등을 개발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가 주목받는 주요 이유 중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위탁 생산 기업이라는 점이 있다. 현재 회사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하고 있다. 또 지난해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맺었고 지난 2월엔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복지부와 2000만명분(4000만회분)의 국내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회사는 코로나19 백신도 자체 개발 중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3분기 임상 3상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에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힘이 실리는 또 다른 이유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바이오’ 사랑도 한몫한다. SK는 올해부터 바이오를 포함해 첨단소재,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키로 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는 SK 브랜드가 갖는 바이오에 대한 기대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면역 치료제 개발 기업 네오이뮨텍도 이달 4∼5일 일반 청약을 거쳐 3월 중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 금액은 1125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7385억원이다. 2014년 설립된 네오이뮨텍은 T 세포 중심 차세대 면역항암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생명공학 회사로 본사는 미국 동부 메릴랜드에 소재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은 제넥신으로부터 기술 도입한 면역항암 신약 ‘NT-I7’이다. 이는 체내 면역 세포의 일종인 T세포 증폭을 유도하는 차세대 면역항암제다. 제넥신은 네오이뮨텍 최대주주(지분율 25.31%)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제약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이달 2~3일 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충청북도 오송첨단복합의료단지에 있는 이 회사는 2015년 설립된 항체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 전문 생산기업이다. 현재 6000L 규모 제1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관계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제품 개발에 참여해 공정 개발과 임상 시약 생산, 각종 특성 분석 연구에 주력한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369.9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예정 금액은 911억원이다.
이노엔(구 CJ헬스케어) 역시 연내 상장 가능성이 큰 바이오 대어급으로 꼽힌다. 다만 아직 구체적 상장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노엔 관계자는 "연내 상장목표로 상장주관사 3곳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노엔은 한국콜마가 인수한 뒤 사명을 CJ헬스케어에서 변경한 기업이다. 국산 신약 30호에 이름을 올린 차세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앞세워 지난해에만 200억원 수준의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회사는 현재 한 번 접종으로 두 개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2가 수족구백신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 11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갖고 있던 MSD 백신 4종과 GC녹십자가 보유하고 있던 MSD 백신 3종 등 7종 MSD 백신 판권도 확보하며 ‘백신’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주력 분야인 수액 사업 강화를 위해 총 1000억원을 투입, 충북 오송에 수액 신공장을 짓고 생산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국내 바이오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로 인해 IPO 문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올해도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랠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다양한 이슈몰이를 한 것도 사실이다"라면서 "경쟁력을 갖춘 유력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달아 상장하면서 K바이오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들이 바이오주를 보는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기업들이 상장 이후에도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