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 잇따르는 압구정 재건축 “매물 잠길 것.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1.03.01 08:00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가 앞다퉈 조합 설립에 나서자 신고가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매물이 잠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데, 조합이 설립되면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충족시킨 조합원의 주택만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래 가능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예비 매수자들의 마음은 급해지는 모양새지만, 부동산 전문가는 추격 매수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 설립 이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은 데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3년 이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 정비구역을 해제하는 ‘정비사업 일몰제’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 2구역(현대 9·11·12차)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재건축사업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를 열고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압구정 3구역(현대 1~7,10·13·14차)은 지난달 28일 조합 설립 총회를 열고 조합 설립 인가 안건을 논의했다.

    통상 재건축 조합인가를 신청하면 한 달 안에 해당 구청에서 인가룰 내주는 만큼 3월 안에는 압구정 2~5구역이 모두 조합 설립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압구정 4구역(현대8차·한양3·4·6차)과 압구정 5구역(한양 1·2차)은 2월 10일과 22일에 연이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압구정동 24개 아파트 단지(1만466가구) 중 1구역(미성 1~2차)과 6구역(한양 5·7·8차)을 제외한 2~5구역(8500여가구)의 조합 설립이 단시간에 완료된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오히려 표류하고 있던 압구정 정비사업의 속도를 올려준 셈이라고 했다. 조합 설립을 서두르지 않으면 조합원이 2년을 실거주 한 경우에만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6·17 대책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줄줄이 조합이 설립되면서 압구정 아파트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지고 있다. 요즘 같은 집값 상승기에 거래 가능한 물건이 줄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일단 조합이 설립되면 집주인(1주택자)이 10년을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해야만 조합원 지위 양도를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4구역 내 단지인 현대 8차 전용면적 108㎡짜리는 올해 초 27억8000만원(8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작년 11월 동일면적 4층이 25억원에 매매된 것을 감안하면 2억원 이상이 금방 오른 셈이다.

    압구정 현대3차의 전용면적 83~87㎡짜리 주택은 지난해 11~12월 층별로 21억원~24억9000만원에서 거래됐는데 올해 1월엔 27억(10층)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다. 압구정 현대 1·2차는 전용면적 160㎡짜리 주택이 작년 8월 42억원에 거래된 이후 11월엔 42억8000만원(6층), 12월엔 43억원(5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계속 경신했다.

    압구정동 A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조합 설립이 난 단지들의 호가는 이전보다 2억원 가량 더 올랐고, 일부는 이 일대가 모두 조합이 설립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매물을 거뒀다"면서 "압구정 재건축 단지에 진입하려는 수요자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 매도자 우위 시장이 펼쳐져서 그렇다"고 했다.

    압구정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계약금을 걸고 잔금을 치루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짧게 잡아 중개하고 있는데도 매수자들이 흔쾌히 계약에 나선다"면서 "목돈을 단기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계약이 성사되는 걸 보면서 많이 놀란다"고 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합이 설립된다면 매물을 줄어들 순 있지만 실제 재건축 사업 추진은 더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급하게 매수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 기조가 여전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이 대표적이다.

    또 정비사업 일몰제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는 사업추진이 안 되거나 더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2년 이내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승인 신청을 하지 않거나 ▲추진위 승인 후 2년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3년 이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등이 적용 대상이다. 올 초 재건축 조합을 설립한 아파트들은 2024년 초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않으면 다시 매물이 풀릴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조합 설립은 시작에 불과한데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 진단과 건축 심의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3년 내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물 부족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해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재건축 사업 환경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앙 정부의 재건축 억제 기조를 이기고 사업시행인가를 내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나친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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