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화이자 62%, 모더나 53%, 아스트라제네카 44%
"90% 이상 접종 동의"라며 '文대통령 1호 접종' 안 해
"文대통령, 국민 백신 불신하면 우선 접종 마다 않는다"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26일 시작된 가운데, 국민들에게 접종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44%에 그쳤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화이자 백신은 62%가 신뢰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있는 상황이면 먼저 백신을 맞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문 대통령이 백신 접종에 나설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마포구 보건소를 방문해 백신 접종을 받는 김윤태 넥슨어린이재활병원장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에 대한 신뢰 정도를 물었다.

그 결과 화이자 백신은 62%가 '신뢰한다'고 답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였다. 모더나 백신은 53%가 신뢰했고, 21%가 신뢰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4%로 가장 낮았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4%였다. 방역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5세 이상에서 효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고령층 접종을 당분간 연기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백신에 대한 신뢰도는 진보층에서 높았고, 보수층에서 낮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편차가 심했는데, 진보층은 60%가 '신뢰한다'고 답했고 보수층은 39%만 '신뢰한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 중도층은 44%가 신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신뢰도가 30~40%대였다. 광주·전라에서는 61%가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61%가 신뢰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31%만 신뢰했다. 무당층 중 신뢰한다는 비율은 33%였다.

이번 조사에서 백신 접종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1%였다. '반드시 접종 받겠다'는 48%, '아마 접종하겠다'는 23%였다. '반드시 접종받겠다'는 응답자 중 65%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신뢰했으나, '아마 접종하겠다'는 응답자는 40%만 신뢰했다. '아마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13%, '절대 접종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8%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신뢰했다. '아마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한 응답자들의 제약사 별 신뢰도는 화이자 66%, 모더나 55%, 아스트라제네카 40%였다(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권에서는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1호'로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일부 의료진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1번 접종을 대통령부터 하라"고 했다. 그러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인가"라며 "망언"이라고 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대통령을 끌어들여 마치 불안감에 접종하지 못하는 것처럼 정쟁화시켜선 안 된다"며 "끝내 백신을 믿지 못하겠다면 저라도 먼저 맞겠다"고 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수송 모의훈련에 참석,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백신 접종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문 대통령도 (국민이 백신을 불신하는) 그런 상황이면 먼저 (백신을) 맞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아주 높아져 기피하고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우선 접종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현재 백신에 대해 국민이 불신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앞서서 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 백신을 처음으로 맞게 될 대상자 중 93.8%가 접종에 동의했다는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가 근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을 시찰하며 완성된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면서, 문 대통령이 백신 접종에 나설지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됐다. 한국갤럽은 "백신 접종 소극 의향자는 자신의 접종 순서가 돌아오더라도 백신 종류에 따라 접종을 꺼릴 가능성이 많으므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신뢰한다고 답한 화이자 백신은 3월 말 350만명분이 도입된다. 오는 27일부터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도입되는 5만5000명분은 의료진에 한정해 접종한다. 한 달간 일반 국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맞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모더나 백신은 2분기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