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첫 접종…일상 회복 첫 걸음 내딛어
1호 접종자 "긴장 탓에 메슥거려"
백신 맞고 귀가까지 30분…"접종 후 관찰 중요"
"긴장돼 잠을 설쳤어요. 그래서 주사 맞고 나서 속이 안 좋았는데, 15분이 지나니까 괜찮아지네요."
26일 오전 9시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도봉구 1호 접종자 김정옥(여·57)씨는 이 지역에 있는 노아재활요양원의 원장이다. 그는 "지난 1년간 요양원에 있던 어르신들이 가족과 면회 한 번 못했다"면서 "집단면역이 잘 생성돼 (요양원 어르신들이) 자녀들과 마음껏 면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403일만이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 생활을 회복하려는 힘찬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날 백신 접종 대상자들이 맞은 주사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생산한 백신이다.
방역당국이 정한 접종 첫 날 대상자는 전국 요양병원 1657곳과 노인요양시설 등 4156곳의 입원·입소자와 종사자 28만9000명이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을 수 없어 이날 접종은 65세 미만으로만 한정됐다. 27일에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종사자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이전에 보건소에 도착해 접종이 이뤄지는 4층으로 향했다. 접종 데스크에서 접종자 명단을 확인한 후, 체온을 측정하고, 손소독을 했다. 백신 접종 전 체온 측정에서 38.5℃ 이상의 고열이 발견되면 백신을 맞을 수 없다. 김씨 뒤 쪽으로 다양한 연령의 접종 대상자들이 줄을 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자신이 대상자인지를 먼저 명단을 통해 확인하고, 문진표를 작성한다. 이어 예진을 통해 백신 접종을 해도 되는지를 파악하고, 주사를 맞는다. 백신을 접종한 이후에는 별도의 장소에서 15분쯤 이상 반응 여부를 관찰한다.
김씨가 홀로 접종실에 들어가자, 장갑을 낀 의사가 백신이 들어있는 유리 용기(바이알)에서 주사기로 1회분 백신을 뽑아냈다. 의사는 이어 김씨의 왼팔을 걷은 후 주사 바늘을 찔러 넣었다. 백신 접종은 단 7초만에 끝났다. 김씨에 백신을 주사한 의사는 "2분 동안 소독 솜으로 접종 부위를 누르면 된다"며 "귀가 후에도 3시간 동안은 붓거나 열이 나는 등 이상 반응이 생기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보건소 이상 반응 관찰실로 향했다. 15분간 이상 반응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대기 중이던 김씨가 갑자기 "속이 메슥거린다"고 호소했다. 의료진은 긴장상태에서 긴급하게 김씨의 맥박과 혈압을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큰 부작용은 아니었다. 김씨의 상태를 살핀 의사는 "긴장해서 과호흡이 온 것 같다"고 했다.
김씨도 안도했다. 그는 "내게 문제가 생기면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돌볼 수 없다는 생각에 어제부터 긴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후 조금 더 시간을 보낸 뒤 관찰실을 빠져나와 직장인 요양원으로 향했다. 노아재활요양원 직원 오정화(여·45)씨와 직원들도 원장인 김씨와 동일한 과정으로 이날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박선희 도봉구보건소 의사는 "대상자가 접종 순서에 따라 안전하게 백신을 맞았으면 좋겠다"며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역시 (아나팔락시스와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다"라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알레르기는 흔히 있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의료진도 꼼꼼하게 예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처음이었던 도봉구보건소 직원들도 긴장감 속에 접종 과정을 지켜봤다. 이상 반응에 대비한 준비도 철저하게 갖췄다. 여러 차례 리허설을 거쳤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게 보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상준 도봉구보건소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을 겪고 있고 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라며 "첫발을 떼게 돼 지역 보건 담당자로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김 소장은 "(백신 접종을 계기로) 하루 빨리 일상으로 주민들이 돌아가길 바란다"며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도 했다.
이날 접종 현장을 찾은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접종 첫 날이기 때문에 의료진과 구청 직원 등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하지만 이날을 가장 기다린 건 우리 시민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 구청장은 "1차 접종 대상자들은 100% 가까운 접종 동의율을 보여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둡고 긴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가는 첫 날인 만큼 부작용으로 인한 사고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