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크림빵 먹고 가글만 했는데"... 술 안 마셔도 음주측정 걸리는 경우가 있다?

조선비즈
  • 심민관 기자
    입력 2021.02.25 06:00

    최근 회사원 최모(43)씨는 야근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려 귀가 시간이 20분가량 늦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최씨는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음주감지기가 알코올을 감지했다. 야근 중 먹은 슈크림빵에 소량의 알코올 성분(럼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사 후 양치질 대신 알코올이 함유된 구강청결제를 사용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씨는 "슈크림빵을 먹고 가글을 했을 뿐인데 술을 안 마셔도 음주단속에 걸려 너무 놀랐다"면서 "20분 뒤 다시 음주 측정을 했을 때 정상으로 나와 안도의 한숨이 나왔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러스트=정다운
    경찰의 음주단속 과정에서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체내 알코올 성분이 감지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운전자 본인도 모르게 알코올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하거나, 알코올 성분의 구강청결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24일 음주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실무자들 사이에선 많이 알려진 내용인데 알코올이 들어간 음식이나, 구강청결제 사용만으로도 음주단속 시 알코올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술을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운전자들에게 구강청결제 사용이나 알코올이 들어간 음식물 섭취 유무를 꼭 물어본다"고 했다. 알코올이 들어간 음식으로는 슈크림빵, 수입산 술 초콜렛, 발효된 과즙음료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에는 음식에 든 알코올이 매우 극소량이라 음주감지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많은 양을 섭취했거나 측정 시기와 시간적 거리가 가까운 경우에나 알코올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식물 섭취로 적발된 경우도 있다. 술이 들어간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6년 충남 아산시에서 술이 든 초콜릿을 먹은 뒤 운전대를 잡은 A씨가 교통 사고를 낸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찰이 A씨의 음주상태를 측정한 결과 면허정지를 요하는 수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생산 초콜릿에 알코올을 첨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 술이 든 제품이 나올 수가 없지만, 여전히 해외에선 술이 든 초콜릿이 생산돼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자신이 알코올을 섭취했다는 걸 모른 상태에서 음주단속에 걸려 운전 면허가 취소되거나 형사 처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이채승 변호사는 "음주의 고의가 있어야 면허취소나 음주운전 처벌이 가능하므로, 자신이 알코올 섭취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으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술이 아니라 음식물 섭취를 통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게 나와도 운전자가 인지했다면 음주운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손소독제를 뿌리거나 바르는 것만으로도 경찰의 음주감지기가 반응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피부에 묻은 알코올 때문에 음주감지기가 반응할 수는 있지만, 혈중 알코올을 재는 음주측정기에선 걸러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경찰들은 말한다.

    구강청결제를 사용해 적발된 경우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 사용 후 음주감지기에 걸려 혈중 음주측정을 할 경우 반드시 물로 입을 헹군 뒤 진행하도록 업무 가이드라인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슈크림빵(기사와는 무관). /심민관 기자
    이러한 현장 지침은 지난 2006년 "경찰이 물로 입 안을 헹굴 기회를 달라는 피고인의 요구를 무시한 채 호흡측정기로 측정해 음주운전 처분을 내린 경우, 이는 음주운전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생겼다.

    한편으로는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지만, 구강청결제를 실수로 삼켰다고 항변하는 경우도 있다. 구강청결제는 알코올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마실 경우 혈중 알코올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판매된 구강청결제 15개 제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2개 제품에서 알코올이 검출됐고, 3개 제품은 알코올 함량이 15% 이상으로 소주 알코올 함량(17~20%)과 비슷했다.

    그러나 거짓 항변일 경우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작년 7월 법원은 구강청결제를 삼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게 나왔다고 항변한 B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위드마크공식(알코올 섭취 후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하는 계산식)을 대입해 B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술을 안 마셨는데 음식 섭취 등으로 음주감지기에서 알코올 반응이 나와도, 입안을 물로 헹군 뒤 20분 뒤 음주측정기로 재측정을 하고 본인의 동의하에 채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과학적 방법을 토대로 오류가 없도록 철저히 조치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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