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신재생에너지 발전 진출 초읽기… 민간사업자는 반발

조선비즈
  • 송기영 기자
    입력 2021.02.25 06:00

    한국전력(015760)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행법상 한전은 전력 판매와 송전 사업만 할 수 있는데, 이 규제를 풀어주는 법안이 이르면 상반기 중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민간 사업자의 줄도산을 초래하는 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중기벤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달 말 회의를 열고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재생 발전산업에 한정해 두 종류 이상의 사업을 허용할 수 있다’로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동일인에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는 규제에 따라 한전은 전기 판매와 송배전을 담당하고,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사로 구성된 발전 자회사가 발전을 담당하고 있다. 법안이 개정되면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 한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법 개정 혜택을 보는 기업은 한전이 유일하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상반기 중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개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내에서 이견이 있었으나 최근 어느정도 정리가 됐다"며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중점 처리 법안으로 정하고 국회 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력 나주본사 전경 / 한전 제공
    한전은 발전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해왔다. 한전은 막대한 초기 투자금이 소요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특성상 SPC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진출하면 높은 대외 신인도를 활용해 저렴한 자금 조달로 사업비를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진출 허용은 문재인 정부의 ‘2050년 탄소 중립’ 정책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Net-Zero)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발전 투자가 필요한데, 대형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을 통해 관련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투자가 지지부진하자 한전을 동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전력통계속보 등에 따르면 2019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량은 3만6692GWh로 전체 전력생산량 중 6.5%에 불과해 전년(6.2%)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0년에도 1∼11월 기준 이 비중은 6.9%였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을 하면서 탄소중립까지 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사업 속도도 빨라야 한다"며 "정부 측에서 이런 대규모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은 한전이 유일하다. 이에 관련 규제를 풀어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민간 업계에서는 국내 전력 판매와 송전망 사업을 독점한 한전이 발전 사업까지 진입할 경우, 기존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줄도산에 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전이 자사가 투자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인프라 확충에만 집중해 민간업자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는 "많은 중소발전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선로에 물리지 못하는 등 계통을 확보하지 못해 애쓰고 있다"면서 "한전은 망 사업자로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망 설치와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