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기술]⑦'이공계 인재로 무장' 소형로펌 다래...김앤장 쓰러뜨린 특허법인 1인자

조선비즈
  • 김민우 기자
    입력 2021.02.24 06:00

    한미반도체, 제너셈 상대로 1·2심 이어 상고심까지 ‘올킬’
    다래, 청구범위 미기재 사안 주장하며 김앤장 공세 무력화

    일러스트=정다운
    반도체 장비 개발업체 한미반도체가 제조 업체인 제너셈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청구 소송을 놓고 법무법인 김앤장과 다래가 맞붙었다. ‘업계 1위’ 국내 최대 로펌과 변호사가 20여명 남짓 되는 소형 로펌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뻔한 결과가 예상됐지만, 1·2심에 이어 상고심까지 모두 다래가 승리했다. 이공계 인재로 무장한 특허법인으로 ‘1세대 부티크 로펌’의 명성을 떨쳐온 다래의 전문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빛을 발한 순간이다.

    ◇"너트 위치 달라도 기능은 같아...특허권 침해"
    양사의 소송전은 지난 2018년 4월에 시작됐다. 당시 한미반도체가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19년 10월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제너셈이 한미반도체의 장비 핵심 특허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고 인정하며 제너셈에 해당 제품의 생산·판매 등을 금지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지난해 9월 같은 이유로 제너셈의 항소를 기각했고, 지난달 28일 대법원이 이를 확정하면서 한미반도체의 최종 승리로 결판이 났다.

    이번 재판에서 다뤄진 특허제품은 한미반도체의 주력 제품인 '비전 플레이스먼트(Vision Placement)'였다. 해당 제품은 반도체 패키지의 절단과 세척, 3D비전검사, 적재기능 등을 수행하는 패키징 공정 장비로, 절단된 반도체 패키지를 적재테이블의 적재홈에 정확히 안치시키기 어려웠던 부분을 개선했다.

    한미반도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재홈의 가장자리에 형성되는 가이드경사부의 가파르던 경사각도를 20~40도로 완만하게 만들었다. 또 적재홈끼리 발생하는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적재홈과 여유공간부를 교대로 배치했다.

    쟁점은 두 회사 제품 구성요소 중 △적재테이블을 지지하고 너트 부재(部材·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재료)를 갖는 '이송부' △이송부의 이동을 안내하는 적재테이블 '안내 부재'가 균등한지 여부였다. 둘 중 하나라도 대응구성이 다르다고 판단할 경우 제너셈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제너셈 측은 너트부재의 위치, 자사 제품이 한미반도체의 것과 구성요소가 다르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송부의 경우 두 회사 제품은 너트의 위치가 한미반도체는 하단에, 제너셈은 측면에 있다는 점이 달랐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제품 모두 반도체패키지가 적재된 테이블을 너트에 의해 이송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대응구성이라고 판단했다. 너트의 위치가 달라도 결국엔 그 기능이 같아 특허권이 침해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너트부재를 이송부의 하부 또는 측면 중 어느 곳에 위치시킬지는 기술자가 당시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용이하게 선택할 수 있는 사항에 불과하다"고 했다.

    제너셈 측은 자사 제품은 이송부의 측면에 너트부재가 있어 한미반도체 제품보다 적재테이블 양쪽에 더 많은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두 제품이 균등하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여유공간은 적재테이블과 이송부의 폭 차이에 의한 것으로 너트 위치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한미반도체 제품 적재홈의 격자점 상에 있는 뿔 모양의 부재가 반도체패키지의 '부드러운' 적재홈 안착을 방해해 특허의 효력이 없어 제품 자체가 '미완성'이라는 제너셈 측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뿔모양의 부재는 특허발명의 구성요소가 아니며, 이것이 있어도 반도체패키지가 적재홈에 '부드럽게' 안치된다고 본 것이다.

    ◇다래, 특허소송 '원칙' 중심으로 김앤장 공세 방어

    (왼쪽부터)박승문 대표 변호사, 민현아 변호사, 정금양 변호사 / 법무법인 다래 제공
    김앤장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배경에는 한미반도체가 선임한 다래의 방어 전략이 주효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다래는 특허권침해 소송에서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에 의해 정해진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김앤장의 공세를 무력화했다. 특허제품의 이송부와 안내부재가 기능적인 면에서 종래의 문제점을 해결한 점을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김앤장의 주장이 청구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을 강조한 것.

    다래의 민현아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특허권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구범위 해석으로, 침해제품(제너셈)이 특허권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며 "피고측은 특허발명 구성요소가 아닌 뿔 모양의 부재 등 청구범위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을 언급하며 특허자체가 무효라는 등 주장을 해서 이런 부분에 중점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재판 시작 1년만인 2019년 4월 양측에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소송전이 두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해외로 확산되면서 한미반도체측은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너셈 측을 대리한 김앤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양사의 소송전이 2년9개월 가량 이어졌다. 특허소송은 무형의 가치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번 승소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은 별도로 진행중이다.

    민 변호사는 "화해권고에는 우리 주장이 그대로 담겨져 1심 법원이 ‘특허권 침해’라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었다"며 "그러나 제너셈 제품을 취급하는 해외 대리인이 한미반도체 제품을 판매하는 해외 대리인에게 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러한 해외 소송전을 끝내기 위해선 제너셈이 한미반도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필요해 화해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다래는 지난 1999년 특허법원 판사, 기술심리관, 특허심판원 심판관 출신 구성원들 중심으로 구성, '지식재산권 전문 로펌'을 기치로 내세웠다. 특화된 전문성을 쌓은 이공계 출신 변호사들과 지식재산권 관련 기본기를 다진 변호사들이 조화를 이뤄 유기적으로 대응하는게 강점이다. 지식재산권 외에 일반 민·형사, 조세 관련 소송도 다루고 있다.

    이번 소송을 1심부터 끝까지 총괄한 민현아 변호사는 지식재산권 소송의 전문가다. 수십건의 저작권침해, 특허침해 관련 소송을 다뤘으며 대표적으로는 소리바다·프루나 P2P서비스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다뤄 잔뼈가 굵다. 또 박승문 대표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는 특허법원을 거쳐 서울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을 역임했다. 정금양 변호사(변호사시험 5회)도 특허법원 기술조사원으로 근무하는 등 특허법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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