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력벽 철거 허용 결정 왜 자꾸 지연되나… "코로나 때문에"

조선비즈
  • 최상현 기자
    입력 2021.02.24 06:00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내력벽(건물의 하중을 견디는 벽) 철거 허용 여부 결정이 2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고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면 집값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해석까지 하고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19(코로나 19) 여파로 전문가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며 정무적 판단이 있다는 시선에 선을 그었다.

    전용면적 114㎡의 신축 아파트 평면(왼쪽)과 전용면적 110㎡ 리모델링 아파트 평면(오른쪽)./네이버 부동산 캡처
    24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내력벽 철거 허용’ 결정 여부가 2년째 지연되고 있다.

    벽식 구조 건축물에서 내력벽은 건축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세대 간 내력벽은 세대 내 내력벽보다 두텁고 하중도 더 많이 지탱한다. 이 때문에 세대 내 내력벽 철거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세대 간 내력벽은 공사 과정에서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철거를 금지하고 있다.

    리모델링 단지와 관련 업체는 이러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를 수평 증축하면 면적이 30~40%까지 넓어지는데, 세대 간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하면 좌우 확장이 불가능하고 앞뒤로 뚱뚱한 ‘못난이 평면’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전용면적 59㎡ 평면에도 4베이(거실이 창과 맞닿은 면) 구조가 일반화된 현시점에서 전용면적 110㎡ 평면에 2베이 구조가 말이 되느냐"고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내부 평면을 아예 새로 짤 수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 아파트의 상품성을 현재의 신축 아파트와 같은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면서 "정체 중이었던 리모델링 시장의 규모도 대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내력벽 철거에 대한 안전성 연구는 2015년부터 진행됐다. 정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연구를 진행해왔다. 2019년 3월 연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두 해를 넘긴 2021년 2월 현재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연구용역과 관련한 안전성 실험과 보고서 초안 제출은 지난해 8월까지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헌 건기연 원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 기술적으로는 평면 확장을 위한 내력벽 일부 철거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건기연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국토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실험 결과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한 원장의 발언은 건기연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력벽 철거 허용으로 아파트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높아지면, 단기적인 집값 폭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국토부가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11월 7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서울 송파구 오금동 ‘오금아남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30일 1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상반기 쌍용건설이 리모델링 착공 예정으로 일년여 만에 5억원, 비율로는 54%가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인 14.3%(KB국민은행 리브온 기준)에 비해 세 배 높은 상승 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1기 신도시를 비롯해 1990년대 지어진 많은 공동주택은 이미 용적률이 높아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이 안 나온다"면서 "이미 이번 정부 들어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온 상황에서 ‘리모델링 호재’로 또 다른 상승 동력을 제공해선 안된다는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결과 발표 지연에 정무적 판단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목·건축 등 각 분야 전문가 회의를 통해 실험 결과를 검토해 결론을 내리는 절차가 남아있다"면서 "참여해야 할 인원이 상당히 많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게 되는 관계로 회의 개최가 지체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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