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허위정보에 꼼수논란까지…넥슨·엔씨 등 게임사 ‘사면초가’

조선비즈
  • 박현익 기자
    입력 2021.02.24 06:00

    "2억 써도 될까 말까" 당첨 확률 정보 안 밝혀
    국내 2005년 첫발 떼고 끊임없는 사행성 논란
    "가짜확률·소비자기만"에 과징금 처분받기도
    자율규제하지만 이중뽑기 등 ‘꼼수’회피 비판

    /게티 이미지 뱅크
    "게임 산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다."

    최근 공론화된 ‘게임법’ 개정안과 관련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렇게 꼬집었다. 게임법 개정안은 사행성 비판을 받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게임사들이 공개하고, 이를 정부에서 직접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이 십수년간 잇달아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 게임사가 어떤 ‘업보’를 쌓았길래 이러한 비판까지 직면하게 된 것일까.

    2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은 2004년 넥슨에서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의 일본판에서 ‘가챠폰티켓’이란 아이템을 내놓은 것이다. 1장당 100엔인 티켓을 가챠폰에 넣으면 무작위로 아이템이 나오는 방식이다. ‘가챠(がちゃ)’란 길거리 뽑기를 돌릴 때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다. 슬롯머신 ‘빠칭코’를 비롯해 뽑기가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은 일본은 확률형 아이템을 실험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넥슨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5년 한국 메이플스토리에도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했다. ‘부화기’로 불리는 국내 첫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에서 알을 부화시켜 무작위 아이템을 얻도록 설계됐다. 이후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업계 내 급속도로 확산, 새로운 사업모델(BM)로 자리 잡았다. 유형도 단순 뽑기만이 아니라 무기 강화나 캐릭터 수집 등에도 적용되는 등 고도화됐다.

    확률형 아이템은 불완전한 정보 아래 우연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특성 때문에 사행성이라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적게는 수만, 수십만원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 소위 ‘전설급’, ‘신화급’ 아이템을 뽑으려면 수천만원, 수억원을 지불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들이 부정확한 확률 정보로 이용자들을 기만했다며 정부 규제를 받기도 했다. 넥슨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에서 16개의 퍼즐 조각으로 구성된 아이템을 판매했다. 퍼즐을 모두 모으면 아이유 등 인기 연예인 관련 아이템을 주는 방식인데 당시 넥슨은 ‘퍼즐 조각 1~16번이 랜덤(무작위)으로 지급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실상은 일부 조각의 획득 확률이 0.5~1.5%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용자들은 ‘랜덤’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확률로 획득할 수 있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구매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허위로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했다"고 판단을 내리고 넥슨에 과징금 9억여원을 부과했다. 이후 넥슨에서 불복 소송을 내 과징금은 4500만원으로 확정됐다. 또 당시 조사에서 넷마블도 함께 적발돼 과징금 4500만원을 처분받았다. 게임 ‘마구마구’와 ‘모두의 마블’에서 뽑기 확률을 거짓으로 제공했다는 혐의다. 예컨대 최고급 몬스터를 뽑을 확률이 ‘1% 미만’이라고 표시해놓고 실제 확률은 0.0005~0.008%에 불과한 것이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게임사들이 사행성, 이용자 기만 등 논란에 전혀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자율규제를 도입하고 자체 모니터링에 나섰다. 또 확률형 아이템에서 ‘꽝’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2015년부터는 각 아이템 뽑기 확률을 게임 내 식별하기 용이한 위치에 공개하도록 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는 게임사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조치도 했다.

    그러나 국내 게임사들은 유료, 무료 아이템을 섞어서 추첨하거나 최종 아이템을 뽑기까지 여러 단계로 나누는 등 뽑기 방식을 기존보다 복잡하게 바꿈으로써 자율규제를 교묘히 피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에서 최상급 아이템인 ‘신화 무기’를 뽑을 때 두 단계를 거치도록 만들었는데 앞 단계는 확률이 공개되지만 뒷 단계는 비공개로 한 것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 아이템을 얻으려면 2억원을 써도 나올까 말까"라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넥슨도 또다시 확률 조작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며 게임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에 불을 지폈다.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한 아이템의 성능 강화 확률을 ‘무작위’라고 표기해 오다가 "동일한 확률로 수정했다"고 발표하면서다. 이용자들은 "그렇다면 지금까지 같은 확률도 아닌데 ‘무작위’라고 한 것이냐"고 반발했고, 넥슨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결국 회사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한국게임학회도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국내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거센 비판을 했다. 학회는 "(2015년 이후) 지난 6년여간 아이템 확률 정보를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노력이 시행됐지만 유감스럽게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자율규제는 게임사가 신고하는 확률이 정확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설사 위반해도 불이익을 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게임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트럭시위’ 등 이용자가 게임사를 강력히 비판하는 사태가 빈발하는 것을 깊이 우려한다"며 "이용자를 버린 산업, 이용자의 지탄을 받는 산업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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