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안팎 추경' 앞두고 美 국채 금리 상승에 긴장하는 기재부

입력 2021.02.24 06:00

10년물 국고채 금리 연 1.906%…2% 진입 ‘눈 앞’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추경용 국채 발행 영향
"연중 고르게 국채 발행해 시장 변동성 줄일 것"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슈퍼 추경’을 앞둔 국내 국고채 시장이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으로 들썩여,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경 예산 규모가 발표되기 전인데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2% 가까이 치솟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업 제한을 받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20조원 안팎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경 예산은 상당부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밖에 없어, 국채 발행 증가로 인한 국채 금리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전경./기재부
◇정부 "글로벌 국채 시장 금리 상승 예의주시"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6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906%에 마감했다. 전날인 22일에 비해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2%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3년물 금리는 1.020%로 마감했다. 이 같은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국채 금리(10년물)가 오른 데 따른 영향이다. 22일(현지시각) 미국 국채금리는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연 1.38%까지 올랐다.

기재부는 이 같은 한국과 미국 국채 금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미 국채 금리 상승에 연동된 글로벌 금리상승에 대한 논의가 가장 뜨겁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국채 시장의 가장 큰 관심 종목은 미국 국채일 것"이라며 "글로벌 국채 시장의 빠른 금리 상승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요구대로 20조원 안팎의 추경이 추진된다면 국고채 발행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금리 상승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경 재원을 적자 국채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올해 본예산 조달을 위해 정한 국채 발행 한도는 176조4000억원인데, 이 중 적자 국채는 93조5000억원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로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관측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아직까지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국채 금리 상승은 정책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 수준의 위험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무적으로도 국채 발행 기간을 다양하게 하고, 연중 분산해서 공급해 국채가 특정 달에 집중적으로 발행되는 공급 과잉을 막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추경을 3월에 하더라도 적자국채를 모조리 3월에 찍지 않고 매달 비슷한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리 상승·추경, 국채 수급 불안에 이중 악재"

국채 분산 발행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시적인 자금의 미스매치는 한은으로부터 일시 차입하거나, 재정증권 등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세출에 필요한 세입을 확보하지 못하면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국은행에서 일시차입해 융통한 자금을 우선 지출하고 추후 세입으로 빚을 갚는다.

한은의 국채 매입 가능성도 정부가 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채 단순매입은 국채 금리 급등 등 채권 시장에 불안 요인이 발생할 경우, 한은이 시장 안정 수단으로 활용하는 공개 시장 조작의 일환이다. 공개 시장 운영 방식이므로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이 필요없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최근의 국채 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리상승 요인보다 추경 등 국내 요인에 영향을 더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상승 속도에 비해 한국 국채 금리는 과하게 뛰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올해 1월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제 도입이 논의될 때, 약 100조원 규모의 재원을 국채로 조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이정도 물량은 자본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렵고, 국고채 금리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서 퍼져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한 경계감이 돌았다.

문제는 최근의 인플레 논쟁을 촉발시킨 미 국채 금리 상승 등 글로벌 경제 흐름과 국내 국채 수급 요인이 겹칠 경우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 등으로 미국 등 주요국 경기회복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조적 금리 상승과 국채 수급 불안이 겹칠 경우 국내 국채금리 상승 속도 또한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빨라질 수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백신접종이 확산되고 주요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면서 신흥국의 물가와 채권금리도 동반상승하고 있다"면서 "특히 일부 국가는 물가 상승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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