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유튜버는 부동산 자문업자?… 모호한 법안에 혼란 거듭

조선비즈
  • 유병훈 기자
    입력 2021.02.23 16:14 | 수정 2021.02.24 10:54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전방위적 규제가 가해지는 와중에 나온 진성준 의원의 법안 ‘부동산 거래 및 부동산 서비스 산업에 관한 법’(부동산 거래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문 계약을 맺은 부동산 유튜버는 반드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논란의 핵심이다.

    부동산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프롭테크 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매한가지다. 법안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에게 신고 후 거짓·허위 매물에 대해서 프롭테크 업체들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프롭테크 업체들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까지 과도하게 부담을 지게 생겼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 일러스트/조선DB
    23일 부동산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진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 거래법이 과잉 규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법안은 진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함께 추진하는 당정(黨政)안이다.

    법안 중 지적받는 대목은 자문 계약을 맺은 부동산 유튜버는 반드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 자문업자는 국토교통부 장관에 신고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며, 신고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부동산 자문업이란 부동산 등의 취득·처분 여부와 취득·처분의 가격 또는 시기 등의 판단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는 영업이다.

    진 의원은 "계약 등의 방식 통해 보수를 지급받는 유튜버나 강사, 인플루언서 등 자문업자에게만 신고의 의무가 있는 것이고, 대가 없이 투자정보를 제공·공유하고 견해를 밝히는 정도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많은 부동산 유튜버들이 부동산 가격이 싼지 비싼지, 어느 지역이 유망한지를 주제로 방송 콘텐츠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자문 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광고비 등으로 자문료를 갈음하는 수익이 있을 수 있는데, 자문 계약의 범위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두면 처벌 대상이 모호해진다.

    한 유튜버는 "부동산 거래법은 요즘 유튜버들을 여전히 취미로 활동하는 비(非)전문가로 보는 낡은 시각의 산물"이라며 "유튜브 슈퍼 챗이나 멤버십 가입의 경우 ‘계약에 의한 보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매우 모호한 경우이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수익 창출이 방송 그 자체가 아닌 플랫폼에 수반되는 광고나 플랫폼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한 경우가 많은데 법안의 규정으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인 법무법인 정향 소속 김예림 변호사는 "법안이 세금과 벌칙 규정의 근거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행정부가 애매모호한 규정이나 유추 적용으로 불리한 처분을 내리면 문제가 된다"며 "특히 콘텐츠의 경우, 파생되는 형태나 내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아주 명확한 규정에 근거한 규제가 아닐 경우 위헌 소지까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 검토보고서에도 지적된 사항이다.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검토보고서에는 "(법안상) 개념이 모호해 단순히 방송 출연이나 출판 등을 통해 부동산 관련 자문을 하는 등의 경우에도 부동산 자문업자로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에도 유튜버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교란 행위에 대해 공인중개사법에 의거해 합동 특별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구독자가 35만여명에 달하던 유튜브 채널 ‘재테크 읽어주는 파일럿’과 6만여명의 ‘석가머니’ 등 인기 부동산 유튜버들이 줄줄이 활동을 중단했다.

    직방이나 다방, 네이버 부동산 등 부동산 중개 플랫폼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안은 이들을 '부동산정보제공업자'로 규정하고 국토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한편, 허위 매물이나 시장 교란 등을 위한 거짓 정보의 정보를 유통하지 않도록 의무사항을 법률로 규정해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진 의원은 "플랫폼에서 허위매물이나 거짓으로 확인된 정보를 삭제하고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라면서 "이를 확인하고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사업자의 명백한 책임 방기"라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다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한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공동중개’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허위 매물의 문제는 프롭테크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근절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부동산 현실에 대해 더 숙고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국토위 검토보고서 역시 업계의 의견과 궤가 같다. 국토위는 검토보고서에서 "최근 금융위원회가 실거래가 빅데이터 기반으로 부동산의 시세와 담보가치를 산정하는 서비스를 혁신 서비스로 지정하는 등 프롭테크 산업의 발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정안의 내용은 해당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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