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공장 셧다운에 떠는 반도체 업계…“공급부족·가격상승 심화”

조선비즈
  • 박진우 기자
    입력 2021.02.23 10:41

    SSD 컨트롤러 칩셋 공급 부담 증가
    트렌드포스 "반도체 수급 불균형 심화할 것"
    삼성 오스틴 팹 생산 정상화까지 최대 수개월
    車 반도체도 공급 부족 더 심해질 것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한파에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팹(공장)마저 가동을 멈췄다. 안 그래도 오르고 있는 반도체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올라 ‘반도체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오스틴 팹 가동 중단으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컨트롤러 칩셋의 리드 타임(주문부터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증가해,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오스틴 팹에서 14~4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낸드플래시와 SSD용 컨트롤러 칩셋을 생산해왔다"며 "이번 정전(으로 인한 가동중단)이 컨트롤러 칩셋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SSD 구매자의 긴급 주문으로 잠재적인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미 SSD 가격 인상 흐름은 시작됐다. 주요 PC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SSD 구매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오스틴 팹 가동 중단은 컨트롤러 칩셋 공급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SSD 가격의 가격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정전 사태가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처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전역에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텍사스주 피해가 가장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는 기록적인 한파로 전역에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이 중 텍사스주의 피해가 가장 극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난방을 위한 가정용 전력 공급이 부족해지자, 텍사스의 주도(州都) 오스틴시는 지역 대기업들에 공장 가동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오스틴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등이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팹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오후 4시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이 공장이 멈춘 것은 지난 1998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오스틴시 측에서는 삼성전자에 전력 재개 시점을 3일 후라고 애초에 통보했으나, 지금까지 전력 공급이 재개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팹이 가동을 재개해도 생산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는 수일 만에 생산을 회복하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 가동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가동 재개를 위해선 생산 라인 하나하나를 다시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기술진을 급파해 생산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라인에서 한 직원이 생산에 필요한 설계 회로도 기판의 이상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오스틴 팹은 11~14나노미터 공정으로 퀄컴의 5세대 이동통신(5G) 무선주파수 칩셋을 주로 만들고 있다. 또 28~65나노미터 공정으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제품과 테슬라·르네사스 등의 자동차용 반도체도 생산한다. 트렌드포스는 "오스틴 팹의 12인치 웨이터 용량은 글로벌 생산량의 5%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 정전으로 글로벌 12인치 팹 용량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SSD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지난해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 역시 커지는 중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 거래 가격은 4.10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파 등 자연재해가 겹치며 가격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NXP·인피니온 오스틴 공장도 한파로 가동이 중단돼 자동차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NXP와 인피니온은 이 시장에서 각각 21%, 19% 점유율로 1·2위를 다투는 선두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올해 상반기 100만대의 생산 차질이 있을 것으로 봤다. 포드와 폴크스바겐, GM 등의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실제 감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텍사스에 불어닥친 겨울 폭풍. /AP연합뉴스
    앞서 NXP는 원자재 비용 증가, 공급 부족 등을 이유로 고객사에 자동차 반도체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인상 수준은 10~20%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의 70% 이상을 만들어 내는 대만 TSMC도 최근 공급가격을 15%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이 이미 가격 인상을 고지했으나, 한파 등 자연재해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상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반도체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초과 공급으로 부진했던 업황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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