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삼바 이어 또다시 중립성 도마 오른 딜로이트 안진

조선비즈
  • 이상빈 기자
    입력 2021.02.22 15:40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 간의 ‘풋옵션 가치 산정’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 회장 측이 교보생명의 가치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검찰 고발하고, 검찰이 기소까지 한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가치를 산정한 회계사들이 검찰에 기소를 당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달 18일 검찰은 어피니티 등 재무적 투자자(FI) 컨소시엄 임직원 2명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 등 5명을 허위보고·부정청탁 등과 관련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 안진에 칼자루 든 검찰…결정적인 약점 쥐었나

    신 회장과 교보생명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FI와 공모해 풋옵션 가격을 의도적으로 어피니티에 유리하게 산출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지난해 4월 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와 한국 검찰에 고발했다.

    중재안이 강제력을 갖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청문회에서 FI 측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만, 신 회장 측이 FI와 안진회계법인 사이의 ‘약점’을 찾은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조선DB
    검찰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고발인 등 조사를 이어왔고, 수사 9개월 만에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어피니티와 공모했다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안진과 어피니티 간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법조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검찰은 공소장에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가치평가에 적용할 평가방법, 비교 대상 기업, 거래 범위와 가격까지 결정해 안진에 전달했고, 안진은 이를 반영해 어피니티에 유리하도록 높게 평가된 보고서를 작성해 어피니티 측이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 또다시 ‘공모’ 혐의…"사실이라면 중립성 훼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굵직한 회계부정 사건들을 거치며 신뢰를 잃은 안진회계법인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다시 한번 금이 갈 수 있는 사건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 김경률 회계사는 "공정시장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기소당하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이지만 2000년대 초반 벤처붐 시절 가끔 있는 일이었다"며 "예전의 회계부정 사태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원하는 대로 해준 것인데, 혐의가 사실이라면 (안진이) 회계법인으로서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망각하고 사회적 신뢰자산을 훼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민경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 공소장에서도 삼성이 안진에 적정성 평가 용역을 의뢰하면서 적정하다는 결론에 맞춘 보고서를 받기 위해 평가 작업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있듯, 이런 관행은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업계에선 나쁜 짓을 저질렀던 사람이 몸값이 더 높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회계부정 사건들을 거치면서 업계에서 자정작용을 거치고 있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진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 측은 "안진회계법인은 임직원과 법인이 관련 전문가적 기준을 준수했다고 생각한다"며 "재판에서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진 측은 재판에 대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수사에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9년째 지속되는 갈등…올해 3월 ICC 청문회 앞둬

    신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갈등의 단초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5000원·1조2000억원 규모)를 매입한 어피니티는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 조건으로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상장이 불발되자, 어피니티 등 FI들은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양측은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 가격인 주당 40만9000원(총 2조122억원)이 적정한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행사 가격이 2012년 컨소시엄이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할 때보다 66.9% 높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안진의 감정평가 결과를 풋옵션 가격 상승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계속된 불황과 저금리 기조로 교보생명 시장가치는 20만원 중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한 컨소시엄은 2019년 3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신 회장을 제소했다. 신 회장 측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신 회장 측과 교보생명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를 통해 지난해 3~4월 안진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와 한국 검찰에 고발했다.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한 안진의 기준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쌍방의 갈등은 오는 3월 ICC 청문 절차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안진과 소속 회계사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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