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심시간 셧다운 가능할까… 금융노사 실태조사 착수

조선비즈
  • 이윤정 기자
    입력 2021.02.22 15:04

    수년간 금융노조가 요구해왔던 은행 점심시간이 올해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본격 논의된다. 지금처럼 은행원들이 교대로 점심시간을 갖는 방법으로는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할 수 없으니 영업점 문을 잠시 닫아야 한다는 것이 금융노조 주장이다. 다만 은행원이 다 함께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운다면 직장인 등 일부 소비자는 은행 방문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은행원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되 영업 공백은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최근 ‘중식시간 동시사용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앞서 지난해 금융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당시 ‘중식시간 동시사용 요구안’을 주된 교섭 안건으로 내놨는데, 당시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은행원들이 점심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점심시간 여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대부분의 은행원은 점심시간에도 은행을 운영하기 위해 교대로 점심시간을 갖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2018년부터 금융업 종사자, 그중에서도 특히 은행원들의 점심시간 동시 사용을 요구해왔다. 금융노조 자체 조사에서 법적으로 규정된 1일(8시간) 1시간의 휴식시간을 제대로 사용하는 비율이 26%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에 2018년 당시 금융노사는 점심시간에 직원의 PC를 끄거나 스크린세이버(화면보호기)를 통해 1시간의 점심시간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금융노조 측 주장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대출 수요가 몰리자 점심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아예 영업점 문을 닫고 동시에 점심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최근 대구은행은 노조와 협의를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점심시간 휴무점포를 운영하는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지난달부터 7개 영업점에서 점심시간 1시간(낮 12시 30분~오후 1시 30분)동안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점포들은 모두 5인 이하 직원이 근무하는 소형 점포다. 대구은행은 이번 실험을 통해 점심시간 동시사용의 장단점을 파악한 뒤 확대 운영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은행원들이 동시에 점심시간을 갖기 위해 영업점 문을 닫을 경우 소비자의 불편이 커진다는 점에서 은행들은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일괄적으로 문을 닫게 되면 직장인 등 일부 고객의 편의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은행의 본질은 결국 서비스업인 만큼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시 점심시간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점심시간 직전에 들어온 고객들의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점심시간을 넘기는 일이 다반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영업점만 점심시간을 시행할 경우, 그렇지 않은 다른 영업점에 고객이 몰려 오히려 업무 처리와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영업점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기보다는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완전히 은행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교대로 점심시간을 다녀오는 현 체제를 유지하되, 주어진 점심시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조직원의 인식 변화와 시스템 개선을 먼저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상반기 중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이를 토대로 하반기 중앙노사위원회에서 점심시간 동시사용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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