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배당금 늘며 1위 기록...신동빈, 故신격호 회장 지분 상속
정용진, 母 이명희 회장에 8.22% 증여받아...배당금도 증가
식품기업 재벌 배당 상위에...코로나 특수에 사상 최대 실적
전문가들 "대주주 사익 달성은 문제, 지나친 배당은 투자를 방해"

올해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는 재벌 오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민경

조선비즈가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바탕으로 주요 유통 재벌들의 배당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배당이 많은 10명의 오너 중 절반이 식품기업 회장들이었다.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품 기업들이 특수를 누리면서 이 기업 오너들이 받는 배당도 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식품 소비를 늘리면서 식품 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집계는 지난 19일까지 배당 내역을 공시한 유통기업만 해당한다.

유통업계 배당 1위는 이재현 회장이다. 이 회장은 오는 3~4월 CJ(001040)계열사로부터 약 255억원의 배당금(작년 결산 기준)을 받을 예정이다. 이는 전년 235억원보다 약 20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 회장이 지분 42.07%를 보유한 CJ에서 246억원, CJ ENM(지분 1.82%)에서 6억원, CJ제일제당(0.43%)에서 3억원을 받는다. CJ 배당금이 1850원에서 2000원으로 늘며 이 회장 몫이 증가했다.

2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신 회장은 롯데 계열사로부터 약 224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전년 213억원보다 약 11억원 늘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004990)(지분 13.04%)에서 138억원, 롯데쇼핑(10.23%)에서 81억원, 롯데제과(1.87%)에서 2억원, 롯데케미칼(0.26%)에서 3억원을 받는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부진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의 배당금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난해 7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롯데지주·쇼핑 지분을 상속받아 배당금도 늘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약 133억원을 배당받으며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87억원)보다 약 53% 늘어난 것이다. 이마트(139480)등 계열사가 좋은 실적을 냈지만 배당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정 부회장이 지난해 9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8.22%를 증여받았다. 이에 따라 이마트 보유 지분이 10.33%에서 18.55%로 늘어나며 배당도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별로 이마트가 103억원, 광주신세계가 29억원을 정 부회장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2018년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 24만5000주(액면분할 전)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250만원) 기준 평가액은 약 6100억원이었다. 그의 현재 보유 지분은 파악되지 않지만 그룹 외에도 삼성전자에서 통 큰 배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도 지주사인 동서(026960)에서 배당금 133억원을 받으며 공동 3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동서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다. 동서는 내달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보통주 한 주당 700원 배당을 의결한다.

4위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다. 2년 연속 118억원(오리온홀딩스(001800)117억원, 오리온 1억원)을 배당받는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은 87억원을 받으며 5위를 기록했다. 전년(91억원)보다 4억원가량 줄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오는 3~4월 주요 계열사로부터 66억원(백화점 40억원, 그린푸드 26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을 예정이다. 전년과 비슷한 금액으로 배당금 6위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작년 영업이익이 53% 감소했는데도 2년 연속 배당금을 유지하고 있다. 꾸준히 지분을 늘리며 주주 환원을 요구하는 국민연금공단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다.

공동 7위는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40억원)이다. 이어 구본걸 LF 회장(30억원), 최재호 무학 회장(21억원), 김홍국 하림 회장(13억원),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8억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6억원),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3억원) 순이다.

그래픽=이민경

식품 기업들이 지난해 좋은 실적을 냈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하면 배당금을 늘리는 주주 친화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배당이 주주 이익에 도움되지만, 신사업 투자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ESG 본부장은 "배당이 늘면 일반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늘기 때문에 주주 환원에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 성과가 나쁘고 현금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대주주가 사익 달성을 위해 과도하게 배당하면 문제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 못한 신규 사업은 투자를 늘려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나친 배당은 투자를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기업 이익을 현금 배당으로 쓰기보단 기술 개발이나 인수 합병에 투자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현금 배당을 하지 않았다. 신사업에 투자해 주가를 높이는 게 주주 환원 정책이란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도 오너들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거나 연봉을 반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지난 18일 재산 절반인 55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5조원을 기부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연봉을 반납해 직원들과 나누기로 했다. 최 회장의 연봉은 2019년 기준 3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