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공이 해결한다는 그 정책, 당신은 진짜로 믿는가

입력 2021.02.20 08:00

습관처럼 보는 통계가 있다. 산업활동동향과 고용동향, 물가동향이 그것이다. 매달 나오는 이들 통계는 지금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는지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나는 요즘 고용동향을 잘 보지 않는다. 세금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만든 ‘공공 일자리’ 효과가 너무 크게, 그리고 들쭉날쭉 반영되기 때문이다. 정보가 왜곡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을 공공 일자리라는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고용은 근본적으로 민간에서 해결할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나선 정부를 곱게 보기 어렵다. 민간이 고용을 늘리도록 도울 아이디어 없이 그냥 세금으로 일단 막겠다고 하고 있어서다. 설마 이것으로 회복한 수치를 들이밀며 "우리 경제가 회복세에 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닐 거라 믿고 싶다.

요즘 정부가 고용만큼이나 ‘공공’을 요술방망이처럼 사용하는 분야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는 이달 초 내놓은 25번째 부동산 대책에서 2025년까지 전국 대도시에 83만 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역시 주요 방안에 ‘공공’이라는 단어가 덕지덕지 붙은 것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공공택지 신규조성’…

시장에서는 즉각 냉소가 나왔다. 공공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한계를 훌쩍 넘어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큰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한번 들여다보자. 조합원 3분의 2가 동의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부지를 수용해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직접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이후 소유주에게 충분한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언뜻 보면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 말만 믿고 재산이 걸린 사업의 주도권을 넘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정부가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최대한 함께 넣을 것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말이다. 예상대로 시민의 불신은 바로 표출됐다. 대책 발표 직후 정부가 내놓은 ‘서울역 근처 쪽방촌 개발 방안’은 이미 소유주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잘해줄 테니 땅부터 내놓으시라"는 말을 믿고 땅을 내놓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공공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자. 꼭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을 일을 도맡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에 최대한 맡겨야 한다. 특히 시장이 존재하는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잘만 이끌면 멀쩡하게 작동했을 부동산 시장을 다 망가뜨려 놓고는 공공의 힘으로 회복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공공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사실 공공은 비효율의 대명사가 아니던가.

정부가 공평하게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집권층은 자신을 돌아보기 바란다. 공공 일자리를 늘리며 자녀의 취업 걱정이 줄었는지. 특목고가 문제니 없애자며 내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지는 않았는지. 공공 주택을 많이 지으면 된다고 하며 나는 강남의 민간 주택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강남 집의 재건축을 공공에 맡길 수 있는지.

답은 이미 국민이 아는 그대로다. 언제까지 자신도 하지 않는 일을 국민에게 강요할 것인가. ‘공공 중독’에서 벗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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