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카지노 "年 3000억 세금 내는데 정부 지원 제로" 분통

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입력 2021.02.19 11:54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위기에 놓인 카지노업계가 ‘개방형 카지노’와 ‘온라인 카지노’ 등 산업육성책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영업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데도 사행성 업종이라는 이유로 고용 지원 등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은 면세·항공업과 정책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카지노관광협회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곳의 지난해 매출은 5954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59% 줄었다. 이 기간 입장객 수는 64% 감소했다.

    제주신화월드 메리어트관에서 본 랜딩카지노 입구와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 안 파라다이스 카지노 제주 그랜드 입구. 드나드는 이용객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한빛 기자
    이익도 큰 폭 줄었다. 주요 카지노업체들이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035250)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손실(4315억원)을 냈다. 강원랜드는 해마다 3000억~4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꼽혔다.

    해마다 수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하던 GKL(114090)(그랜드코리아레저)도 지난해 영업손실 888억원을 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034230)도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국제선 운항이 중단된 제주도 카지노업계 상황도 심각하다. 매출은 90% 가까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690억원으로 64% 감소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제주도에서 가장 큰 제주 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는 2020년 매출이 직전해보다 89% 줄었다.

    시설 규모가 작고 호텔에 입점해 고정비용 등이 적어 손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유·무급 휴가, 단축 영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제주도 내 카지노의 고용 규모는 1600여명이다.

    한 제주도 내 카지노 관계자는 "전국 16개 카지노 중 절반인 8곳이 제주도에 있지만, 이중 절반은 정상영업을 못 하는 상황"이라면서 "제주도 카지노는 모두 규모가 작아 해외 관광객 유입과 VIP 고객 영업 등이 중요한데,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영업 활동이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관광업 기여해도 지원은 못받아...업계 "개방형·온라인 카지노 도입 요구"

    카지노업계는 정부의 경제적 지원책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제3자 해외 반송제도’나 내수 판매 등으로 면세업계의 숨통을 틔워주고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원한 상황을 감안하면, 정책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지노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에 대한 색안경이 만연하지만 국내 카지노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관광업에 해당한다"면서 "코로나 상황에서도 2020년도 부과분은 경감이 아닌 납부 유예 조치만 이뤄졌다"고 토로했다.

    국내 카지노들은 관광진흥개발기금과 사치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등 준조세도 납부한다. 항공·선박을 이용해 해외로 나갈 때 내는 ‘출국납부금’과 ‘카지노납부금’으로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재원을 마련하는데, 이중 20~30%가 카지노에서 걷어들인 돈이다. 직전해 매출의 약 10% 정도가 카지노납부금으로 부과된다. 2019년 기준 강원랜드와 외국인 카지노 16곳이 정부에 낸 카지노납부금은 약 3000억원 안팎이다.

    이 기금은 국내 관광업에 재투자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 예산(1조3443억원)의 약 87%를 관광기금으로 충당했다. 기금의 융자사업을 통해서는 여행사·관광식당·숙박시설·유원시설 등 관광업종 사업체의 운영 자금과 호텔 등의 신축·증축·구입을 위한 시설 자금 등을 낮은 금리로 장기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카지노업계에 부과된 개발기금 납부금은 유예 조치만 이뤄졌다. 카지노업계들이 국내 관광산업에 기여하는만큼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원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 전문가들 "법적 안전장치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돼야"

    해외처럼 내외국인 모두 입장할 수 있는 개방형 카지노로 전환해 산업을 육성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방문객 수를 늘리고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복합리조트와 연계해 카지노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뜻에서다.

    개방형 카지노의 성공 사례로는 마카오와 미국 라스베가스, 싱가포르 등이 거론된다. 이들 카지노는 도박장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에 가깝게 진화했다. 유동인구가 많은만큼 콘서트, 스탠딩 코미디, 뮤지컬, 마술쇼 등이 카지노와 리조트에서 열리고 이 같은 즐길거리가 관광객을 더 끌어모으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 온라인 카지노를 허용해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에서 이같은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사행성업종으로 인식되는 카지노업 특성상 코로나19 같은 특수한 외부변수로 산업 정책을 바꿔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류광훈 문화관광정책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은 "국내 외국인 대상 카지노는 과점시장으로 외화를 수입하는 역할이고, 내국인 대상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폐광에 의한 지역경제 지원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일시적인 요인인 코로나19 때문에 카지노산업 관련 정책을 바꾼다면 이후에 시장이 정상화됐을 때 혼란이 생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본부장은 "청소년 보호 문제 등을 고려하면 카지노의 온라인 영업 허용이나 개방형 카지노 도입 등은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과 제도적인 안전장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충기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관광학과 교수는 "온라인 카지노는 국내에서 합법화한 전례가 없어 (도입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와 법적인 안전장치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며 "온라인 카지노는 당장 업체 운영에는 도움이 돼도 그 지역으로 관광객 유입이 줄어 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그동안 카지노 업계가 관광개발진흥기금을 많이 냈고 외화를 벌어오는 업종인데, 기금의 지원은 거의 받지 못했다"면서 "실업 급여 관련된 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지원해주고, 카지노업종 고도화에도 기금을 배분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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