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제 성과급 교섭도 매년 하나요?

조선비즈
  • 김양혁 기자
    입력 2021.02.17 17:54

    SK하이닉스가 연초 불거진 성과급 논란을 매듭짓는 모양새다.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 10%로 합의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5조126억원이다. 올해도 비슷한 실적을 기록하면 성과급은 5000억원 규모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SK하이닉스 직원 수는 2만8894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1700만원을 나눠 갖게 된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은 ‘얼마나 공정하게 이익을 나누고 있느냐’는 것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0% 이상 급증했는데 2019년 수준의 성과급을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요구와는 다른 문제 제기처럼 보였다. 사내 성과급 문제를 공론화한 것으로 알려진 입사 4년 차 직원은 회사 대표를 포함한 구성원 전체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성과급 선정 방식을 공개해달라"고 했다.

    한데 최근 SK하이닉스 노사가 합의한 내용만 놓고 보면 해마다 노사가 진행하는 임금 교섭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성과급 산정 방식 변경 외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우리사주 발행과 사내 복지포인트 300만포인트가 더해지면서다. 합의 내용만 놓고 보면 성과급 산정 방식 공개를 원했던 것인지, 적다고 생각한 성과급에 무언가를 더 얹으려 했던 것인지 의문스럽다.

    구성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사측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애초 구성원들이 원했던 EVA 산정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했더라면 이처럼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외비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폐지하기로 한 마당에 계속 감추려고만 한다면 의심만 살 수밖에 없다. 여전히 EVA 산정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과거 산정방식에 대한 문제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자칫 이번 논란이 일회성이 아닌 연속적으로 진행될 여지를 줄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영업이익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통상 성과급은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나눠 주거나 사업부별로 일괄 지급된다. 따라서 명확한 평가가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 제도를 도입해도 개인별 만족과 불만족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에도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SK하이닉스발(發) 성과급 논란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는 물론, 다른 기업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혜를 입은 전자 등 정보기술(IT) 업계 위주로 확산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는 성과급 산정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이다. 현재 진행형인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지만, 교섭으로 챙길 것을 챙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앞으로 매년 임단협과 함께 성과급 교섭이라는 연례행사가 늘어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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