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기술]⑥ 5조 분식회계 대우조선 1심, 대형로펌 연합전선 전문성으로 뚫은 '한결'

조선비즈
  • 강현수 기자
    입력 2021.02.17 06:00

    대형로펌 광장·태평양·대륙아주 상대로 승소
    한결, 제출한 서증과 서면만 40여건 ‘고군분투’

    일러스트=정다운
    ‘역대 최악의 회계사기’로 불리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로 기관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법무법인 한결(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교직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대리)이 대형 로펌인 광장과 태평양, 대륙아주를 누르고 승소했다. 지난 2016년 7월 소가 접수된 지 약 4년 만에 나온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한성수)는 지난 4일 국민연금과 교직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이 대우조선해양과 고재호 전 대표, 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지숙)도 우정사업본부가 대우조선해양 측을 상대로 낸 손배소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두 재판부가 인정한 기관투자자들의 손해배상액은 총 612억여원.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청구한 금액(약 1900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법칙)를 도입한 이후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일부승소한 판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조원대 회계사기… ‘손해액’ 다툼에 서증·서면만 120건 넘게 제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은 지난 2012년 시작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해양플랜트, 특수선 등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에 대해 예정원가를 실제와 다르게 임의로 축소해 매출액을 부풀려 작성했다. 동시에 공사손실충당부채(공사에서 비롯되는 손실액 중 지출의 시기나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 전입액을 감소시켜 매출원가 역시 실제보다 큰 액수로 산정해 제출했다.

    이 밖에도 회수 가능성이 없는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실제보다 적게 계상하고, 부실 해외 자회사와 관련된 투자주식 및 대여금 등 채권에 대한 손상이 발생한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아 손상차손을 과소 계상해 자산을 부풀렸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처럼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익이 난 것처럼 ‘거짓’으로 2012년~2014년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순자산 기준 5조7059억원의 ‘회계 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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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길우
    여기에 제14기와 제15기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감사를 실시한 안진회계법인은 ‘회사의 재무제표가 회사의 재무상태, 재무성과 및 현금흐름의 내용을 회계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다’는 취지로 ‘적정 의견’을 기재했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교직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은 이처럼 분식회계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14기 반기보고서가 제출·공시된 2013년 8월 14일에서 다음 거래일(광복절 연휴 이후)인 2013년 8월 16일부터 2016년 4월 14일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매수했다.

    이후 2015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분식회계 정황과 관련된 언론 보도들이 쏟아졌고, 이와 동시에 검찰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결국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김갑중 CFO는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 자본시장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7년 12월 22일 대법원에서 각 징역 9년, 6년을 확정받았다. 감사보고서의 허위 기재 등 혐의로 기소된 안진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4명도 2018년 3월 27일 각 징역 1년 6개월~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형사적으로는 엄벌을 받았지만, 민사상 관건은 주식 매수와 사업보고서와의 인과관계, 손해액 산정이 문제였다.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채권 3년의 제척기간이 지나 인정받을 수 있는 손해의 범위도 줄어든 상태였다. 재판부도 2013년 8월 16일부터 2014년 3월 31일까지 취득한 주식에 관한 손해 청구 부분을 각하하는 등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보전받는 액수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악조건’이었지만 한결 측은 남아있는 기간 내 손해액을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결의 노력은 법정에서 더욱 빛이 났다. 해당 소송에서 제출한 서증과 서면만 40여건으로, 담당한 모든 기관투자자의 소송을 합치면 총 120여건에 달했다. 한결 측은 주식투자에 있어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가 갖는 신뢰성 등에 역점을 뒀다. 또 2015년 7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공표 이후 거래정지 등으로 주식을 처분할 수 없었던 점 등도 재판부에 강조했다.

    재판부는 한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손해배상채권 제척기간이 경과한 기간을 제외한 2014년 4월 1일부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관련 언론 보도가 처음 나온 2015년 7월 15일 전날까지의 주식거래 취득 부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분식회계에 의해 재무제표의 주요 항목이 왜곡표시된 정도가 상당하므로,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 또는 대우조선해양 주식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거짓 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라고 판시했다.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선 "각 감사보고서 기재를 믿고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취득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해를 공동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우조선해양과 고 전 사장, 김 전 CFO, 안진회계법인이 공동해 국민연금에 41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대우조선해양과 고 전 대표, 김 전 CFO가 교직원연금공단에 57억원, 공무원연금공단에 29억원을 지급하라고도 판결했다. 우정사업본부를 운영하는 국가에는 112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승소한 금액을 모두 더하면 총 612억여원에 달한다.

    ◇’기관투자자 대리’ 전문 로펌 한결 "기업 상대 소송 활성화 계기"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 허숭범 변호사, 이유진 변호사, 윤상원 변호사, 박남준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제공
    법무법인 한결은 지난 1997년 설립 이후 기업·M&A, 금융·투자, 지식재산권, 건설·부동산, 형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번 사건을 맡은 한결 변호사들의 경우 이전에도 국민연금 등 3대 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을 대리한 경험이 있는 ‘기관투자자 대리 전문가’들이다.

    김광중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를 필두로 윤상원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 이유진 변호사(사법연수원 40기), 허숭범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 박남준 변호사(변호사시험 8회)가 함께 광장, 태평양, 대륙아주를 상대로 승소했다.

    이 가운데 김 변호사는 지난 2012년 우리나라 분식회계 관련 손해배상 소송 역사상 처음으로 기관투자자가 기업과 회계법인을 상대로 동시에 소송을 제기한 ‘한솔신텍 사건’에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신협중앙회, 4개 자산운용회사 등 9개 기관투자자를 대리해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김 변호사는 "이전까지 기업의 분식회계로 기관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경우 보통 자산운용 또는 회계법인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기업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한솔신텍 사건에서 최초로 승소한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건이 두 번째 사례"라고 했다.

    이어 "승소 경험이 누적돼 향후에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기업 분식회계로 손해를 볼 경우 강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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