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가진 EU와 상황 다른 한국
기 교수, 자문회의서 "예방에 AZ도 도움" 의견
질병청 "예방 효과 불확실해 이런 결정 내렸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안전성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중증 진행과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도 확인됐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이 백신이라도 사망 위험이 높은 고령자에게 접종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기 교수는 16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감염 시 특히 사망 위험이 높아 하루라도 일찍 접종이 필요했던 이들과, 1년 가까이 제대로 면회를 못 한 보호자와 가족들에게는 아쉬운 결정이 됐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질병관리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제한하고, 오는 26일 예정됐던 요양병원·시설 고령 입소자 약 37만명의 접종 일정을 1개월 이상 미루기로 했다. 기 교수는 이 결정을 내린 질병청 자문 회의(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 참석한 전문가 15명 중 한 사람, 특히 ‘고령층도 접종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낸 3명 중 한 사람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다른 백신보다 낮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제사회에서 나왔다. 다만 추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안전성이 아닌 예방 효과에 있었던 만큼, 유럽연합(EU) 등의 보건당국은 고령층을 포함한 18세 이상 성인에게 이 백신을 접종해도 된다고 권고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 폴란드, 벨기에 등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스위스는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 많은 검증이 이뤄진 화이자 백신을 고령층에 맞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젊은 층에 맞히거나 사용을 잠시 보류하면 된다는 판단에서다. EU는 지난해 11월 화이자 백신 3억회분(1억5000만명분)을 선구매하고 12월 27일 첫 접종에 맞춰 초도물량을 들여왔다.

반면 국내 첫 접종에 쓸 백신은 오는 24일 공급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50만회분(75만명분)과 다음 달 초 공급되는 화이자 백신 11만7000회분(5만8500명분)이 전부다. 이 중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에게 주어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날 고령층 접종 제한 결정을 내리면서 요양병원·시설 고령 입소자의 접종 일정도 오는 26일에서 1개월 이상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추가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거나 화이자 백신 100만회분(50만명분)이 추가로 들어오는 시점은 빨라도 다음 달 말이다. 기 교수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들이 ‘사망률 감소’라는 접종계획의 최우선 목표에 맞지 않는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갖는 이유다.

고령층 접종 제한국 중 하나인 스웨덴의 보건당국도 "보유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하나뿐이라면 당연히 고령층도 접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난 1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2~3월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질병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의 중증 진행과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예방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접종을 시도할 경우 고령층이 백신을 거부해 접종률이 떨어지고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