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죽음의 조선소' 오명 벗을 실질적인 대책 필요하다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1.02.16 10:39

    지난 5일 오전 9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용접 작업을 위해 이동하던 그의 머리 위로 작업 중이던 2.5t(톤) 철판이 갑자기 넘어졌다. 이 사고로 42살 가장은 4살과 7살짜리 두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선박 수주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소에서 매년 근로자들이 사망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근 5년 사이 조선업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총 104명이다. 근로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 비율을 나타내는 사망만인율은 평균 1.1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국 제조업 평균치는 0.73%였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조선사들은 "안전 대책 재점검" "근본적인 대책 마련" 등의 후속 조치를 발표하지만, 공수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사고의 발생 경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작업장에는 관리 감독자가 배치되지 않았다. 거대한 철판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지지대도 없었다. 표준작업지도서와 유해위험성평가서마저 부실하게 작성됐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여러 겹의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셈이다.

    조선업종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의 가장 큰 특징은 예방 가능한 사고들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가 2018년 9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떨어짐(추락)’ 사고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재해유형 1위였다. ‘넘어짐(전도)’ 사고 역시 매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똑같은 사고가 매년 발생하는데도 막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일단 현장에 안전 관리 감독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도급업체 근로자들까지 감독하기에 역부족이란 뜻이다. 원청 조선소들의 저가수주 경쟁과 무리한 공기 단축도 원인이다. 원가 절감과 다단계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면 현장에는 안전에 취약한 미숙련 근로자들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한 조선기자재 업체 고위 관계자는 "지금도 현장에선 2, 3차 재하도급 업체 직원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감독관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안전 사각지대가 줄지 않으니 똑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등 빅3 조선소에서 발생한 평균 사고 사망자 수는 1.7명인데 하청업체는 23.5명에 달했다.

    수년째 이어진 중국 조선소들과의 경쟁으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조선업계 경영인들의 숙제가 됐다. 이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시행이 1년도 남지 않았다. 올해 안에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조선업계 현장에선 똑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고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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