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 회장 등 주요 경영진, 설 연휴 직전 6억원어치 주식 매도
크래프트하인즈 '동서식품 지분 매각설'...주가 2.5배 급등
증권업계 "풍문에 의한 과열"

동서식품·동서음료의 지주사인 ㈜동서의 주요 임원들이 설 연휴 직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자 경영진이 보유 주식 현금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4년간 동서 경영실적 추이

15일 동서(026960)에 따르면 이창환 회장과 김진수 부사장, 황규철 전무, 송재찬 상무 등은 지난 9일과 10일 이틀동안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

전문 경영인으로 동서 주식 2만3656주(0.02%)를 보유하고 있던 이 회장은 9~10일 양일간 총 8656주를 팔아 3억2830만원을 현금화했다. 김진수 부사장은 1500주를 처분해 5945만원, 황규철 전무는 3000주를 처분해 1억1573만원, 송재찬 상무는 3500주를 처분해 1억2546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동서 경영진들이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은 최근 들어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동서는 4만2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년 전(2020년 2월 10일)과 비교하면 2.5배 주가가 올랐다. 불과 10여일 전이었던 지난달 29일에도 동서의 주가는 3만850원이었다.

동서의 주력 계열사인 동서식품은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약 80% 가량 점유하며 안정적인 경영을 해 오고 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주가 급등과 이익실현 욕구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동서는 지난해 매출 4930억원, 영업이익 4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4% 줄고, 영업이익은 8.5% 늘었다. 이 회사 실적은 4년째 큰 변동이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동서는) 크게 미래 성장성이 있는 사업 영역이 아닌데다, 실적 면에서도 크게 주가가 오를만한 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과열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동서의 주가 급등을 ‘풍문에 의한 과열’이라고 보고 있다. 동서식품의 지분을 50% 보유한 글로벌 식품회사 크래프트하인즈의 '동서식품 지분 매각설'이 주식 종목 토론방 등을 통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동서 관계자는 "크래프트하인즈의 지분 매각은 사실 무근"이라며 "매각과 관련해 진행되는 사항은 현재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주력사업을 정리 중인 크래프트하인즈가 동서식품 지분도 매각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면서 "크래프트하인즈가 동서식품의 지분을 매각하면 해외 수출길이 열리는 등 향후 기업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