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에 골치 썩던 부동산 신탁업계, 지방 주택시장 호황에 빛보나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1.02.15 14:00

    "신탁사들의 주가 상승 동력(모멘텀)을 찾기 힘들다."(2020년 2월)
    "실적 개선(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아졌다."(2021년 2월)

    ‘손만 대면 미분양’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었던 부동산 신탁사들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1년 만에 달라졌다.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 국내 주요 신탁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작년 만해도 부동산 신탁 회사들에 대한 경고음이 컸다. 신탁 회사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지방 부동산 시장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중장기 성장동력인 도시정비사업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도 더뎠기 때문이다.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이 발목을 잡았다. 이 방식은 수탁받은 토지에 택지를 조성하고 건축 등 사업시행을 한 후 임대·분양을 하면서 사업비를 사업주가 아닌 신탁회사가 조달하는 방식이다. 매출 회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면 대손이 발생해 재무 위험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올해는 신탁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 섞인 관측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전국적인 주택 시장 호황에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든 데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이 신탁 회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 1월 경기도 안성 공도 E-TRINITY 센트럴파크 공동주택 공사 현장. /한국토지신탁
    2019년 실적이 크게 악화했던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반전 조짐을 보였다. 4분기 영업수익은 전년보다 20.2% 늘어난 692억원, 영업이익은 189.8% 늘어난 209억원을 기록했다.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32.4% 증가한 2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는 2017년 1915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 수주를 기록한 이후 줄곧 수주 감소세를 겪었다. 그 결과 2019년 영업수익은 255억7000만원으로 전년보다 5.1% 줄었고, 영업이익은 119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4% 감소해 우려를 키웠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9~2020년은 신규 수주 감소, 수수료 수익 감소, 대손충당금 증가 등 실적이 부진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을 모두 갖췄던 때였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5만4000가구에 달했던 지방 미분양이 작년 9월 말 2만5000가구로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지방 부동산 시장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신탁회사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바뀌었다.

    수주 사정도 좋아졌다. 한국토지신탁의 2020년 총 수주는 214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차입형 신탁 수주는 2015~2017년 호황기 수준인 1155억원까지 회복했다.

    조윤호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수주 감소 영향으로 올해 영업수익이 줄 수 있으나 미분양 감소 영향으로 대손 리스크도 급감할 것이고, 공급확대 정책 기조 하에 신탁 신규 수주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호적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분양 아파트가 줄면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비용을 반영한 것이라서 올해 실적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자산신탁의 경우 2019년 1200억원으로 급감했던 신규 수주가 작년 3분기 말 이미 12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수주는 작년 대비 24.7% 증가한 1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회사는 2016년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허가된 뒤 서울 재건축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했지만 장기 지연되는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인천 작전 태림연립 정비사업 등 정부가 지원하는 가로주택·소규모 정비사업 등에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 건설경기가 회복되면서 지난해 신탁사 수주가 가파르게 증가했다"면서 "부진했던 2019년 수주가 올해 실적에까지 영향을 주겠지만 당분간 수주가 늘고 비용 급증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2019년에 신탁사 신규 인가를 내주면서 부동산 신탁사간 경쟁이 심화한데다 부동산 시장 규제 영향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경쟁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어 이익 눈높이가 낮아진 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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